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디즈니 페이퍼맨, 흑백 로맨스와 OST로 매료시키는 단편 애니메이션

본문

반응형

조금은 지친 표정의 남자가 전철역에 서서 출근용 전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서류 한 장을 쫓던 여자가 남자 옆에 서고요. 반대편 플랫폼에 전철이 들어오고 이번엔 남자가 들고 있던 서류가 바람에 날려 여자의 얼굴에 부딪히네요. 여자가 건넨 서류엔 빨간색 그녀의 키스 자국이 남았고요. 여자의 웃음에 남자도 허튼 웃음을 짓는 사이 어느새 출발하는 전철에 올라버린 여자. 찰나의 만남이었지만,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는 사이 떠나는 전철 뒤로 애틋함이 남습니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입술 자국이 찍힌 종이비행기


남자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도 입술이 찍힌 서류를 바라보며 그녀를 떠올립니다. 묵직한 서류 뭉치를 남자의 책상 위에 올려놓고 가는 깐깐한 상사. 다시 바람이 불고 창밖으로 날아가려는 서류를 붙잡고 보니 창 너머 반대편 건물에 그녀가 보이네요? @_@!!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여자를 보게 된 남자의 마음은 급해집니다. 그녀에게 나를 알리고 싶고 바라보게 하고 싶고 미소라도 지어 보이고 싶은데 둘 사이엔 6차선 대로가… 뭘 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하던 남자는 종이비행기를 접어 반대편 건물로 날려봅니다.

 


혹시나 하는 작은 기대를 품고 그녀를 향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또 날려보지만, 바람도 새도 깐깐한 상사도 절대 그의 편이 아닙니다. 어느새 책상 위 수북했던 서류 뭉치는 수 십장의 종이가 비행기가 되어 그녀가 있는 창으로 향하지만, 그녀에겐 닿지 못하고 사라져갑니다. 산더미 같던 서류도 더는 없는데요. 마지막으로 그녀가 남긴 입술 자국 선명한 서류로 다시 비행기를 접는 남자. 결연하게 마지막 기회를 노리지만... 제대로 날려 보지도 못하고 손에서 놓치며 하릴없이 추락하는 종이비행기.

 


그 사이 여자는 일을 마치고 건물에서 나오고 상사는 새로운 일거리일 서류 뭉치를 남자 앞에 잔뜩 내려놓습니다. 찰나의 고민, 남자는 상사도 무시하고 사무실에서 뛰쳐나와 도로에서 그녀를 찾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영화가 그렇듯 둘은 엇갈리고 여자를 만나지 못한 남자는 제대로 날리지 못했던 종이비행기를 홧김에 집어던져 버리고 씩씩 거리며 걸어갑니다. 사무실로 가는 것도 아니고 여자와 반대 방향으로요. 이제 둘은 영영 만나지 못하는 걸까요?

 


다시 하늘로 날아오른 입술 자국을 담은 종이비행기는 아까와는 달리 훨훨 날아 건물 모퉁이까지 날아가 떨어집니다. 근처에는 남자가 날렸던 수 십 개의 종이비행기들이, 그의 노력이 패잔병처럼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데. 배경 음악이 바뀌면서 입술 자국 종이비행기를 시작으로 수 십 개의 종이비행기가 뱅뱅 회오리를 그리며 날아갑니다. 그리고 건물 근처를 걷고 있던 남자에게 달려듭니다. 의지라도 있는 것처럼 남자에게 달려들어 남자를 어딘가로 계속 밀어붙이는 종이비행기들.

 

 

많은 종이비행기가 남자의 걸음을 막아서고 돌리려고 애쓰는 사이 입술 자국 종이비행기는 주인이라도 찾아가듯 그녀에게 맹렬히 직진해 날아가고 그녀의 눈에 띄는데 성공합니다. 하늘하늘 날아가는 종이비행기를 따라가는 여자와 종이비행기떼에 밀려 밀려 어딘가로 끌려가는 남자. 우여곡절 끝에 각각 다른 전철에 오른 남과 여는 다시 한 번 마법 같은 만남을 가집니다. 아마도 아침에 그 둘이 처음 만났을 그 역에서 말이죠. 그렇게 엇갈렸던 남녀의 기분 좋은 만남으로 이 짧은 애니메이션은 끝나는데요. 이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이라면 둘의 미래가 대부분의 작품들처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어질 거라는 걸 상상하게 되죠.ㅎ

반응형

 

 

가벼운 줄거리라기 보다는 전체적인 플롯을 다 풀어놓듯 글을 써버렸지만, 위의 동영상을 통해 이미 작품 전편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만큼 그냥 마구마구 풀어봤습니다.;; 스포일러 경고도 없이요.;; 이 작품은 2013년 아카데미 단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존 카스 감독의 페이퍼맨(paperman)인데요. 고작 6분 여의 짧은 러닝타임을 가진 애니메이션이지만, 언제 봐도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몽글몽글함이 있는 작품입니다. 1900년대 초반 뉴욕을 배경으로 그 시절의 도시 모습과 전철역, 사무실 분위기 등을 흑백의 손그림으로 그려낸 후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해 만든 독특한 작품이죠. 주먹왕 랄프 개봉 당시 영화 시작 전에 살짝 공개됐던 작품이었는데 덥썩 아카데미상을 받아버렸죠.

 

 

 

페이퍼맨은 쳇바퀴 같은 삶을 살던 남자에게 찾아온 운명적인 여자와의 만남을 디즈니스러운 로맨틱으로 잘 풀어냈더군요. 짧지만 알차게 남녀의 만남, 엇갈림, 재회로 이어지는 해피 엔딩을 잘 그려냈고 작화와 스토리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던 게 바로 기분 좋게 작품 속에 녹아들게 만드는 음악이었습니다. 크리스토프 벡이 만든 음악들이 참 매력적으로 와닿죠. 특히 제가 전율을 느꼈던 건 2021년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프리 가이(Free Guy)에서 만났던 곡이 이 작품에서 먼저 메인 테마로 사용됐다는 것. 저는 프리 가이 먼저 보고 나중에 페이퍼맨을 접한 경우였는데 프리 가이에서도 인상적으로 만났던 곡 I Remeber Everything을 다른 작품에서 다시 만나니 프리 가이에서 열렸던 마음이 페이퍼맨에게도 활짝 열리더라고요.@_@/

 

 

프리 가이, 쳇바퀴 도는 삶을 살아가는 현실 NPC들에게 보내는 희망가

프리 시티라는 도시에 사는 남자 가이. 뱅커인 그는 매일 푸른 셔츠를 입고 커피 한 잔을 들고 은행에서 일을 합니다. 친한 친구도 있고 주변 사람들은 물론 은행을 찾는 손님들에게도 늘 친절한

neoearly.net

 

 

어제와 똑같은 일상을 살면서도 마법 같이 운명적인 만남을 꿈꾸는 모든 이들을 위한 짧은 동화, 페이퍼맨. 혹시 아직 못 보셨다면 러닝타임이 매우 짧은 만큼 부담없이 살펴보시죠.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아직 안 보셨다면 크리스토프 벡의 음악을 따라 어딘지 쳇바퀴 같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재밌는 상상을 더해줬던 프리 가이도 이참에 한 번 챙겨 보셔도 좋을 듯하고요.^^


 
페이퍼맨
<페이퍼맨>은 손으로 그린 흑백의 2D를 기반으로 컴퓨터 CG로 합성한 입체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뉴욕시에 사는 외로운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남자는 아침 출근길에 아름다운 타이피스트 여인과 마주치고, 자신이 꿈에 그리던 여자임을 확신하게 되는데... (2012년 14회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
평점
7.8 (2012.01.01 개봉)
감독
존 카스
출연
존 카스, 제프 터리, 카리 월그렌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

라디오키즈님의
글이 좋았다면 응원을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