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시티라는 도시에 사는 남자 가이. 뱅커인 그는 매일 푸른 셔츠를 입고 커피 한 잔을 들고 은행에서 일을 합니다. 친한 친구도 있고 주변 사람들은 물론 은행을 찾는 손님들에게도 늘 친절한 그지만, 웬일인지 그가 일하는 은행에는 매일 같이 강도가 찾아듭니다. 강도를 피해 살아가는 그의 일상은 그렇게 매일 같이 반복됩니다. 평온한 듯 불행한 듯한 그의 삶에 변화가 찾아온 건 상상 속의 이상형이었던 여자를 우연히 만난 그 순간부터였는데요. 영화 프리 가이(FREE GUY)는 그 남자의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 스포일의 가능성이 있는 얘기들이 나올 수 있으니 아직 프리 가이를 보지 않으셨다면 주의하세요. -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비디오 게임에 대한 아주 작은 이해가 필요한데요. 기본적으로 우리가 즐기는 비디오 게임에는 나를 대신해 게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Player)가 있고, 플레이어와 맞서는 적 혹은 동료가 되어 힘을 보태기도 하고, 이도 저도 아닌 배경이 되는 캐릭터인 NPC(Non-Player Character)가 있습니다. 말 그래도 게이머가 직접 플레이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지만, 플레이어와 상호 작용을 해야 하는 존재이다 보니 거의 모든 게임에 어떤 형태로든 녹아있게 마련이죠. 프리 가이는 이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게임 속의 평범했던 NPC가 플레이어처럼 생각을 하고 개별적으로 활동한다면... 그들에게 자아가 생긴다면...
지금까지 어떤 게임도 그렇게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을 하는 NPC를 만든 적은 없었습니다. NPC라는 건 정해진 루틴 안에서 움직이며 미리 입력된대로 행동하거나 대화를 하는 게 고작이거든요. 아니 그 이전에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율 의지를 코드로 구현한다는 게 쉽지 않다 보니 NPC는 플레이어에 비해 할 수 있는 게 극단적으로 제한되기 마련이었죠. 게임을 하다 보면 붙박이로 늘 그 자리에 서있는 NPC를 보는 게 당연할 정도.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NPC가 배경이 아니라 인공 지능을 가진 생명체로 게임 안에서 존재하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됐죠. 프리 가이가 딱 그 지점에서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 만든 영화고요.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거대 게임 회사의 음모와 그에 맞서는 개발자들의 철학을 바탕으로 NPC를 공격하는 데서 재미를 찾게 유도하는 GTA 같은 게임과 NPC를 관찰하는데서 흥미를 유발시키는 심즈 같은 게임의 특성을 대비시키는 장치들 때문에 이 영화를 제대로 보려면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할 거라는 생각도 했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느껴지는 것처럼 이 작품은 게임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기본적으로 라이언 레이놀즈표(?) 코미디와 풍선껌맛 아이스크림처럼 달달한 게임 안팎의 멜로를 잘 버무리고 있는 데다 친숙한 대중문화 소재를 패러디하거나 힙한 게임 방송을 끌어다 쓰면서 영화를 경쾌하게 이끌거든요. 악당이 넘치는 게임 세상에서 착한 NPC라는 발상도 재밌었고요~^^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이 영화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게임속 NPC들처럼 반복된 일상을 살아가는 현실의 NPC들에게 보내는 따스한 메시지를 담고 있더라고요. 매일 같이 출근하고 비슷한 일을 하고 퇴근하면서 같은 하루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우리. 그 반복 안에서 안정을 찾으며 살아가지만, 마음 한구석엔 작은 일탈에 대한 욕망이 자라나기 마련이죠. 하지만, 일탈을 현실로 만드는 건 영 쉽지가 않습니다. 삶의 주도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주변 상황과 지금의 처지를 계산하느라 미래의 삶에 담보 잡혀 안정을 도모하는 데 더 열심인 우리들. 그런 우리에게 가슴을 뛰게 하는 일탈이 삶의 궤적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가 프리 가이인 건데요. 물론 그 일탈의 끝이 늘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마음속에 오래오래 묵혀둔 꿈이 있다면 한 번은 저질러 봐야 하지 않을까요? 허락되지 않은 플레이어의 선글라스를 뺏어 써본 푸른 셔츠의 가이가 그랬던 것처럼...
프리 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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