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바다를 사랑하지만, 바다 수영을 하거나 하다 못해 물장구라도 치는 걸 좋아하지는 않아서 보통은 바라보기만 했는데 이번 여행에선 가족들과 카약 타기에 도전해 봤습니다. 딱히 거창한 건 아니지만, 예전 여행 때 대기가 너무 길어서 포기했던 걸 카페를 중간에 끼워 넣으며 대기를 한 끝에 이번엔 타본 건데요.
제주 곳곳에서 여러 종류의 카약을 만날 수 있지만, 저희가 공략한 건 쇠소깍 카약이었습니다. 서귀포시 하효동에 있는 쇠소깍은 국가지정문화재로 효돈천을 흐르는 담수와 해수가 만나 계곡과 웅덩이를 만든 곳으로 소가 누운 모습이라 쇠둔이라 불렸던 곳이 지금은 쇠소깍이라고 불린다고 하더군요. 쇠는 소, 소는 웅덩이, 깍은 끝을 의미한다고 하고요. 예전엔 투명 카약을 운영했던 곳이라 검색해보면 투명 카약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현재는 좀 더 전통적인(?) 디자인의 카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두 업체가 함께 카약과 테우(대형 뗏목)를 운영하고 있어 매표소도 따로 있는데 온라인 예약도 가능하지만, 4일 전엔가 해야 한다고 해서 저희처럼 현장에서 대기를 하시는 분이 더 많지 않을까 싶네요. 글 제목에도 있지만, 그 대기가 2~3시간을 넘을 때도 있어서 문제긴 하지만;; 그럼에도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어하시는 어머니의 숙원이라 이번엔 탔습니다. 대략 20분 정도 노를 젓게 되는 쇠소깍 카약 체험은 2인 1대 기준 20,000원이고 어린 자녀를 동반한 3인의 경우 25,000원이었습니다.
정원 카페 베케에서 시간을 보내고 온 후 매표소에서 구명 조끼를 챙겨 입고 해변까지 제법 걸은 후에 다시 줄을 섰다가 배에 올랐는데요. 예전에 회사에서 워크샵을 와서 타본 적이 있어서 그나마 덜 헤매고 어머니를 모실 수 있었네요. 2명이 타도 노를 젓는 건 1명뿐이라서 처음엔 잠깐 헤매더라도 이내 안정적으로 조정이 가능하실 거예요. 노를 저을 때 노에서 바지로 물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노를 저어 상류의 반환점을 돌아오기까지 쇠소깍 양쪽 절벽의 기암괴석을 구경하며 담소를 나누는 것만으로 충분히 경험해볼 만한 이벤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격한 액티비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흐름에 몸을 맡기고 노만 젓는 상대적으로 정적인 쇠소깍 카약이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연 속에서 카약을 모는 경험을 또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한 번쯤은 경험해봐도 좋을 이벤트가 아닌가 싶어요. 실제로 비슷한 생각을 하고 몇 시간씩 대기하는 가족, 친구, 연인들이 쇠소깍을 채우고 있기도 하고요. 아무튼 저는 이렇게 또 가족들과 종종 회자할 추억 하나 쌓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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