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심야괴담회... 무서운 괴담을 코미디언의 입으로 재밌게 풀어낸다? 그 영민함으로 꼭 정규 편성되기를...

혹시 괴담 좋아하세요? 무서운 이야기라는 이유로 기피하는 분들도 많을 괴담(怪談). 다음에서 검색하니 괴상하고 이상야릇한 이야기라고 소개되어 있더군요. 귀신이니 초자연현상이니 하는 것들 중에서도 주로 귀신 이야기가 괴담으로 돌곤 하는데요. 문제는 그렇게 일상적이지 않은 주제라서 공중파 TV에서 괴담 이야기를 보는 게 쉽지 않은 시대입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토요미스테리극장이니 이야기속으로니 하는 괴담 프로그램들이 SBS와 MBC 등에서 방영됐지만... 당시에도 귀신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방송국을 공격하는 개신교 단체 등의 목소리에 묻혀 적잖은 인기를 누렸음에도 종영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마냥 무섭기만한 괴담이 아닌 대중적인 괴담토크쇼를 꿈꾸는 심야괴담회...

오랜만에 본격 괴담 프로그램이 공중파 데뷔를 준비 중입니다. 일단 파일럿으로 지난 주에 MBC에서 방영했고 정규 편성을 노리고 있을 심야괴담회가 그 주인공인데요. 대중적이기보다는 컬트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 납량 특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방송됐고 그마저도 최근엔 거의 없어져 명맥조차 잇지 못하던 공포 괴담이 공중파에 다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거죠. 괴담이니 초자연현상이니 하는 것에 관심이 제법 있었던 만큼 잽싸게 목요일과 토요일에 방영한 1, 2회를 챙겨봤습니다.

 

괴담 프로그램답게 염매가 나오고 모텔과 저수지 귀신도 등판합니다. 귀신이 어디 있어라는 분들에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누군가에겐 초현실적이라 더 흥미로운 이야기들. 심야괴담회는 그렇게 무서운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무섭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2021년에 다시 돌아온 탓일까요? 심야괴담회는 꽤 영민하더라고요. 실화를 표방하지만, 오로지 재미를 위한 이야기일 뿐 현실과 관계가 없다는 식으로 괴담을 불쾌해할 이들과의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 건 물론이고. 과거 전설적인 드라마 M이나 이야기 속으로의 레전드 에피소드를 다시 보여주며 MBC의 괴담에 대한 향수를 건드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프로그램 자체는 요즘 토크 예능의 전형에 더 가까운 구조입니다.(그런데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목록에 들어있네요.) 여러 명의 패널이 원탁에 둘러 앉아 괴담을 소개하고 토크를 나누며 시청자 평가단 어둑시니의 평가로 승부를 낸다는 틀부터가 과거 괴담 재연 영상 2~3개를 이어 1시간을 때우듯 풀어냈던 정통 괴담 프로그램과 궤를 달리하는데요. '괴담=무서운 이야기'라 보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걸 의식해서인지 사연을 풀어내는 패널들을 대거 코미디언으로 채우고 있었습니다.(-_- 출연료 부담이 있었겠지만~) 신동엽, 김숙, 박나래, 황제성, 허안나가 때론 무섭지만, 대체로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덕분에 공포스럽다기보다는 재밌다는 느낌이 강하더군요.

 

거기에 조선왕조실록, 성호사설 같은 역사서에 남겨진 괴담을 더해주는 역사학자 심용환, 안개속처럼 흐릿하고 주관적인 경험에 의한 괴담을 과학적인 관점으로 파헤치는 과학자 곽재식까지 등장시켜 괴담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라면 급격히 쏠릴 수 있는 무거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좀 더 현실적인 시각을 갖게 하는 식으로 괴담은 흥미로운 이야기 정도로 인식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더라고요. 혹자는 곽재식 같은 캐릭터가 괴담이 가진 무서움이라는 매력을 반감시킨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구성 덕분에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대중에게 공포를 심는다는 일부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정규 편성가 롱런의 가능성을 높일 것 같던데... 다른 분들은 얼마나 재밌게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모쪼록 괴담이라는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를 다시 공중파에 끌어온 심야괴담회가 정규 편성되면 좋겠네요. 새로운 괴담은 늘 흥미로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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