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한국 드라마를 TV가 아닌 넷플릭스라는 OTT를 통해 보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일이 됐습니다. 또 웹툰 등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됐는데요. 그렇게 새로운 플랫폼과 새로운 콘텐츠를 추구하는 마음이 만나 이뤄낸 또 하나의 결실이 스위트홈이었죠.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됐던 김칸비, 황영찬 원작의 스위트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는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던 주인공이 낡은 아파트로 이사한 직후 일어난 기묘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 스포일의 가능성이 있는 얘기들이 나올 수 있으니 아직 스위트홈을 보지 않으셨다면 주의하세요. -
어떤 사건을 겪은 후 세상과 벽을 쌓고 살아가는 주인공 현수와 그가 새로 이사간 낡은 아파트 주민들이 갑지가 인간이 괴물로 변해가는 세상을 맞이하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 해가는 이야기를 그리며 전형적인 아포칼립스물, 그것도 좀비 아포칼립스물의 스타일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위트홈. 재개발을 앞둔 낡은 아파트에 사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으로 시작해 경험해보지 못한 괴물의 창궐과 그 괴물이 한때는 인간이었던 누군가의 변화라는 걸 받아들이면서 느낄 고립감과 절망감. 그리고 그 괴물이 남은 생존자들을 공격하며 삶을 이어가는 것도 모자라 쉽사리 죽지 않는다는 것에 공포감에 느끼며 연대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요.
소수의 생존자들이 한 건물 안에 갇혀 괴물이 창궐한 세상과 맞선다는 전반적인 이야기의 얼개는 몇몇 작품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흔한 좀비물에도 종종 등장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티븐 킹의 미스트가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요. 쇼핑몰에 갑자기 들이닥친 안개에 갇힌 사람들 앞에 등장한 괴물들이 인간을 공격한다는 설정,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이 반목하고 화합하며 위기를 헤쳐가려고 노력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꽤 닮아있거든요. 물론 괴물의 정체가 평범한 인간이었다거나 그 괴물들과 적극적으로 맞서면서 다양한 사건이 일어난다, 또 중간중간 특유의 한국적인 신파 코드가 버무려져 있다는 건 다른 점이었지만, 미스트를 떠올리며 스위트홈을 보신 분도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질적인 차이라면 스위트홈은 미력한 힘이나마 모아 괴물과 대처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적극적으로 그려지고, 스스로에게 찾아온 괴물화를 이용해 괴물의 사냥감이 될 사람들을 구하려는 주인공과 특별한 힘은 없지만, 때론 측은지심으로 때론 그것이 인간의 도리이기 때문에 스러져 가더라도 괴물과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10화 안에 녹아들어 있다는 건데요. 어느 날 갑자기 이웃의 누군가가 괴물이 되고 또 내가 언제 괴물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반목을 인간성이라는 모호함으로 맞서며 해결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습니다. 적당히 처절하고 적당히 인간적이고 적당히 안타깝고.
300억 원이나 투입됐다니 예산이 적은 건 아니었을 텐데도 중간중간 아쉬운 CG가 보인다거나 배경이 되는 낡은 아파트의 구조가 외관상으로는 평범한 복도식 아파트 같은데 아무리 주상복합이라고 해도 저런 구조가 가능할까 싶을 때가 종종 있었다는 등(어딘지 만화적인 공간) 허술한 면이 없진 않았는데요. 아파트를 벗어나 괴물이 창궐한 도심을 질주하는 오토바이 장면이 추격씬이나 액션씬 없이 끝난 것도 다소 이해하기 힘든 설정들이던데...(-_- 예산이 여전히 부족했을까?) 그럼에도 저는 스위트홈을 꽤 재밌게 봐서 시즌 2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욕망이란 본능만 남은 괴물로 변한 인간과 재난 속에서도 생존을 위해 지혜를 합치는 인간의 대립을 통해 괴물이 아닌 결국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려고 했던 작가의 의도가 비교적 잘 읽혔던 시즌 1. 아직 시즌 2 제작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는 상태라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증이 커지는데요. 원작인 웹툰을 봤다면 어느 정도 흐름을 알겠지만, 전 원작 웹툰을 안 봐서... 시즌 2가 시작된다면 어떤 이야기가 등장할지 기대하며 기다려 봐야겠네요.
...이렇게 다소 고어한 작품은 대체로 피하는 편이지만, 어쩌다 보니 시즌 1 완주.
스위트홈 | Netflix 공식 사이트
세상을 차단하고 방 안에 틀어박힌 10대 소년. 현수가 세상 밖으로 나온다. 인간이 괴물로 변했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아직은 사람이니까. 이웃들과 함께 싸워야 한다.
www.netfli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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