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부터 사계해변의 해안 풍경이 제법 이채롭다는 소문을 들었던 바. 이번에 다녀오자며 버스를 탔습니다. 처음엔 사계해변을 거쳐 송악산 둘레길까지 돌아보자는 계획이었지만, 사계항 근처에 도착하니 비가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2월임에도 이미 유채꽃이 곳곳에서 관광객을 맞이하던(인당 1,000원쯤 입장료를 받으려고;;) 산방상 아래 길을 우산과 함께 걸어 사계해변 쪽으로 향했습니다.
문제는 사계해변쪽에 거의 다다랐더니 비가 더 거세졌다는 건데요. 어딘가에서 잠시 비를 피해야겠다 생각하다가 찾은 곳. 골목 안 커피집이라는 벼레별씨입니다. 벼레별씨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찾지 못했지만, 어딘지 예사롭지 않은 가게 이름에 끌려 들어가 보니 제주식 구옥을 리노베이션 한 곳이더군요. 살릴 건 살리고 바꿀 건 바꾼 탓에 완전히 구옥 느낌은 아니지만, 현무암에 흙을 바른 듯한 외관도 서까래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내부도 묘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곳이었습니다.
노키즈존은 아니었지만, 키즈존도 아니라는 경고(?)와 함께 내부에 들어서니 흥미로운 건 좌석이 일반적인 테이블과 좌식 테이블 등 여러 스타일로 나뉘어 있고, 내부에선 신을 벗고 슬리퍼를 신고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이런 낯선 구성은 인스타용으로 사랑은 받지만, 호불호는 나뉠 수 있어서 미리 알고 가시면 좋을 듯하더군요. 디저트 카페답게 스콘이나 브라우니, 크럼블 바 같은 베이커리가 매장 가운데에 놓여있어 그걸 들고 음료를 주문하면 되는 동선이던데... 저는 블루베리 크럼블 바(4,500원), 따뜻한 카페라떼(4,500원)를 주문했습니다.
건물 뒤 현무암 벽이 바라보이는 얕은 좌식 테이블에 앉아 가게 안을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으니 따끈하게 등장한 카페라떼와 블루베리 크럼블 바. 밖에는 봄을 재촉하는 비가 후드득 내리고 있었지만, 따뜻한 조명과 부드러운 음악, 거기에 커피와 디저트 조합이니 시간이 조금은 천천히 가는 느낌이더군요. 사계해변 바로 근처여서 인지 살짝 숨어있는 느낌의 가게인데도 커플들이 찾아들고 저처럼 혼자 찾는 이들 역시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게 되더군요.
왁자하거나 광활한 대형 카페 트렌드와는 저만치 벗어나 있지만, 이 역시 꽤 트렌드한 느낌이라 저처럼 골목에서 우연히 만나든 카카오맵 같은 곳에서 찾아보고 오는 이들이 끊이지는 않겠더라고요. 사람이 좀 있다 싶으면 알아서 포기하는 이들도 있어서 손님이 넘칠 일은 없어 보였기에 시끄럽지 않은 조용한 카페에서 책 한 권 읽고 싶다는 분들에게 추천드리는 곳입니다. 그런 감성이 어울리는 곳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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