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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드의 목공 원데이 클래스에서 끌과 칼로 깎아 만들어 본 수저 세트

N* Culture/Hobby

by 라디오키즈 2026. 1.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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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이 노트북에서 키를 누르고 터치패드를 움직이다 보면 연필을 깎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던 시절은 아득히 먼 과거. 이제는 잘 생각나지도 않는 무엇처럼 느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취미부자로 사시는 분들은 또 다르겠지만, 회사에서건 집에서건 키보드만 뚱땅거리는 저 같은 사람은 내 손으로 직접 무언가 만들어 본 게 아득하기만 한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곤 하는데요. 회사의 돈을 빌어 무언가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일전에 회사에서 진행한 플레이샵에서 유화 그리기에 도전했다는 글을 썼었는데 이번에(라고는 해도 이미 작년;;) 목공예에 도전해 봤습니다.

 

유화 그리기는 처음이었지만, 구름 그려보았습니다. 아트문 화실에서...

문화적 욕구가 커지며 다양한 욕망이 충돌하는 시대. 사람들은 기꺼이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취미를 늘려가며 취미 부자가 되어가고 있는데... 저는 그다지 취미가 없는 편입니다. 블로그 하는

neoearly.net

 

목공끌과 칼로 호두 원목을 깎아 수저 세트를 만들었습니다

 

목공예라고 하니 가구 같은 걸 떠올리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초짜가 갑자기 그런 것에 도전하는 건 말도 안 되죠. 제가 이번에 경험한 건 수저 세트, 그러니까 나무로 숟가락과 젓가락 깎아 만들기였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조각칼조차 마지막으로 만졌던 게 이십 년도 넘은 듯하니;; 모든 것이 새롭더군요. 제가 목공에 도전한 곳은 분당에 있는 슬로우드(Slowood). 카카오맵에는 슬로우드스튜디오로 소개되어 있더군요. 아파트 상가동에 있는 작은 공방으로 저희처럼 원데이 클래스 형태로 숟가락 세트나 도마 같은 여러 생활 소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슬로우드스튜디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로 471 장안타운건영빌라 상가동 102호

place.map.kakao.com

 

강사님과의 소소한 스몰토크를 시작으로 진행된 원데이 클래스는 어떤 형태의 수저를 만들 것인가의 선택부터 시작되는데요. 모범 예시 몇 가지 중에 원하는 형태를 선택한 후 호두 원목을 받아 들면서 본격적인 목공이 시작됩니다. 일단은 열심히 깎으면 언젠가는 숟가락이 될까 싶은 두툼한 원목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립니다. 앞서 언급한 모범 예시 숟가락을 데고 열심히 선을 그린 후에 깎을 때 움직이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시킵니다. 그리고는 안전장갑을 착용하고 목공끌과 함께 숟가락의 움푹 파인 부분을 깎아내기 시작하죠. 깎고 또 깍고 또 깎고... 계속 깎아내립니다.

 

 

물론 멋지게 혹은 매끄럽게 깎이지는 않습니다. 목공용 끌이라는 도구도 낯설고, 평소 하던 일이 아니니 전반적인 요령도 부족, 어딘지 힘도 부족한지 생각처럼 나무가 패이는 건 아니더라고요. 애초에 지나치게 잘 깎이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이겠지만, 열심히 깎고 또 깎다 보니 조금씩 끝이 가까워 오는데요. 끝이라는 건 단순히 제가 숟가락을 온전히 깎아낸다는 게 절대 아닙니다. 제가 하는 건 일단 홈을 파내는 거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강사님이 아직 숟가락과는 거리가 먼 홈이 파인 호두 원목을 가져다가 기계로 주변에 불필요한 부분들을 재단해 주십니다. 네. 제가 30분 가까이했던 수작업보다 훨씬 빠르게 그래 이건 숟가락이야 하는 느낌으로 형태를 만들어 주더라고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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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유화 그리기 때도 마무리는 강사님이 해주셨는데 그때와 똑같은 느낌인데요. 애초에 원데이 클래스라는 프로그램 성격상 당연한 게 아닐까 싶긴 합니다. 제가 지속적으로 수업을 들으며 경험도 실력도 쌓아갔다면 긴 시간을 들여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완성시킬 수 있겠지만(그래도 기계의 도움은 받을 테고ㅎ) 고작 2~3시간 안에 뚝딱하고 결과를 내야 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맛만 보는 거죠. 맛만. 목공예가 재밌다 하면 이후에 제대로 배우는 테크를 타게 될 텐데. 저는 물론 패스하겠습니다.=_=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춘 숟가락을 받아 끌로 마무리하거나 사포로 갈아낼 수 있는데... 정파가 끌이라면 사파가 사포인 듯해서 사포는 많이 쉬우려나하고 사파의 길, 아니 사포의 길을 택했는데요. 예상과 달리 사포도 마냥 쉽지는 않았습니다. 거칠기가 각각 다른 여러 단계의 사포를 바꿔가며 사포질을 계속해줘야 하거든요. 또 사포로 갈아내면 끌로 마무리하는 것보다 완성품의 광택이 덜하다고 하고요. 한 번 선택을 하면 완성을 해야 하니 이젠 또 묵묵히 사포질을 해줍니다. 서걱서걱.

 

 

이어서 젓가락을 만듭니다. 목공칼로 연필 깎듯이 기다란 호두 원목을 깎는 과정을 이어가는 거죠. 모서리를 자르고 끝을 점점 뾰족하게 만들어 줍니다. 난이도 자체는 숟가락보다 쉬운 편이고, 기계가 도와준 숟가락과 달리 온전히 칼과 내가 하나가 되어 깎아 나가는 건데 그만큼 마무리도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빠르다고 내 맘처럼 잘 깎이는 건 아니었지만, 숟가락에 비하면;;; 아무튼 이쪽도 어느 정도 칼로 깍아 큰 틀에서 모양을 완성하면 사포질로 매끈하게 마무리해 줬고요.

 

 

그렇게 긴 호두 원목과의 씨름이 끝나면 이제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사포질이 끝이 아니라 비즈왁스가 포함된 아마씨유로 수저를 코팅해줘야 하거든요. 적당량의 아마씨유를 받아 숟가락과 젓가락에 모두 꼼꼼히 발라줍니다. 이렇게 된 상태로 며칠 말린 후에 사용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서로 다른 디자인을 골라 만들어서 결과물도 제각각이지만, 앞서 보여드린 투박한 호두 원목에 비하면 수저 세트는 꽤 그럴듯하죠? 그렇게 잘(?) 만든 수저 세트를 집에 가져오긴 했는데 아직 사용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쓰진 않을 듯해요. 좋은 경험을 하나 더 늘렸다, 그 트로피로 보관만 해둘 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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