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땅덩어리만큼 곳곳에서 토네이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미국에서는 토네이도는 절대로 피해야 하는 대재앙인 동시에 언젠가 인간의 힘으로 완전히 다루거나 막아보고 싶은 도전의 아이콘이 아닌가 싶습니다. 트위스터나 트위스터스 같은 재난 영화가 꾸준히 등장하고 흥행에도 성공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테고요. 재난 영화 속 주인공들은 토네이도를 추적하는데 진심이고 토네이도의 진면목을 밝혀내는 걸 넘어 피해를 막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쓰는데요. 미나리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의 영화이자, 28년 만에 등장한 트위스터의 속편이라는 흥미로운 수식어를 달고 있는 트위스터스(Twisters)도 그런 영화더군요.
- 스포일의 가능성이 있는 얘기들이 나올 수 있으니 아직 트위스터스를 보지 않으셨다면 주의하세요. -
어렸을 때 부터 기상현상에 관심이 많았던 케이트는 친구들과 과학 프로젝트로 토네이도를 길들여 보겠다는 야심 찬 꿈을 꿉니다. 친구 네 명과 함께 토네이도를 쫓아 길들이기 위한 실험 준비는 마쳤지만,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발달해 버린 토네이도로 인해 실험의 실패는 물론 친구들까지 잃어버립니다. 뉴욕 기상청에서 기상 관련 일을 하지만, 토네이도에 깊은 트라우마와 실험 결과에 대한 죄책감에 휩싸여 있는 케이트에게 5년 만에 찾아온 친구 하비. 다시 한번 토네이도를 향하자는 그의 제안에 토네이도와의 정면 승부가 다시 시작됩니다. 다시 시작된 스톰 체이서의 시간.
자연의 힘은 종종 인간의 예측을 뛰어넘곤 합니다. 트위스터스에 등장하는 스톰 체이서들도 과학적인 분석으로 변화무쌍한 자연과 맞서기 위해 애쓰지만, 주인공의 직감이 꽤 중요하게 작용하는데요. 인간이 체득해 온 경험에 과학적인 지식을 더한 것이긴 하지만, 수치만 보고 움직이는 판단이 아니라 더 주인공에게 마음이 동화되더라고요. 과학 이전에 인간의 직감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문제는 지금의 기후는 그런 경험을 아득히 뛰어넘는 방향으로 변동폭을 키우고 있다는 거겠지만.
전작과 한참이나 달라진 시간과 세상을 설명하는 장치로도 활용되는 건 단순히 더 발달한 과학기술만은 아닙니다. 토네이도를 쫓는 사람들인 스톰 체이서가 유튜버로 활약하며 흥미를 높이는데요. 어쩌면 토네이도 보다 대중의 관심과 돈을 좇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과 과학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토네이도를 막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팀의 대비가 초반에 꽤 명확하게 다가옵니다. 물론 초반의 이 선명한 대비는 슬슬 진짜 좋은 쪽과 나쁜 쪽이 누군가를 구분하기(?) 시작하면서 흐릿해지지만, 메시지는 점점 더 선명해지죠.
시각 효과도 뛰어나서 토네이도의 발생부터 토네이도가 지축을 흔들고 찢고 뜯어내며 인간이 쌓아놓은 것들을 아무것도 없는 듯한 자연 상태로 돌려놓고 삶의 터전을 부숴놓은 모습까지 생생하게 전하는데요. 이런 영화일수록 재난의 끝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 대한 연출도 뛰어났고요. 토네이도를 만나면(만나고 싶지는 않지만;;)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알려주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는 뻔하지만, 필요한 메시지까지 잘 전달하고 있더군요.
무려 28년 만의 속편이라는 것에서 찾을 수 있는 의미는 기상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과 맞닿아 있을 겁니다. 과거에도 토네이도는 미국을 찾아온 자연재해였지만, 최근엔 그 빈도와 크기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 또 미국은 최근 몇 년간 대형 산불은 물론 극한의 추위와 더위에 몸살을 앓았으니까요. 그러니 지금의 상황을 양념으로 추가하면 훨씬 큰 울림의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판단이 있었겠죠. 대중을 스크린 앞으로 끌어당길 수도 있을 테고요. 그 결과는 트위스터스의 흥행 결과가 말해주겠죠?
문제는 트위스터스를 흔한 한 편의 재난영화를 보듯 기분 좋게 극장을 나오기엔 극장 밖 현실이 점점 재난영화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거겠죠. 앞서 언급한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기후 이변으로 인한 재난이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연속 열대야 기록을 갱신한 걸 넘어 폭염은 기본이고 종종 찾아오는 폭우나 가뭄 등 극단적인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가 계속 커지고 있죠. 당장 금사과의 악몽을 잊을 수 없기도 하고요.
대재앙에 맞서 서로 돕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힘을 모으거나 누군가가 받은 피해를 밟고 일어서 자신의 부를 키우는 극단적인 대비. 지극히 미국적인 아니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장치까지 대비되는 영화더라고요. 재난 영화답게 가볍게 보고 넘길 수도 있는 영화지만, 인간 군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만한 영화였습니다. 그건 그렇고 미국 특히 중부 지방에서 종종 토네이도가 발생하던데 얼마나 무서울까요? 태풍 그러니까 허리케인과는 또 다른 자연현상이다 보니 실감은 안 나지만, 트위스터스를 통해 한 번 더 아찔함을 느껴보게 되네요. 모두 자연을 조심하십시오.
영화처럼 토네이도를 사라지게 만들긴 아직 어려울 테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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