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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마이너스 원. 무난한 영화지만, 피해자 코스프레가 마음 쓰였다.

N* Culture/Movie

by 라디오키즈 2024. 7.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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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거대한 괴수가 등장해 인간 세계를 마구 파괴하는 영화 좋아하시나요? 우리나라는 일찍이 1962년에 불가사리라는 괴수 영화를 만들었던 나라지만, 괴수가 등장하는 영화 속칭 괴수물이 인기를 얻지 못하는 나라죠. 덕분에 최근엔 국산 괴수물을 만나기 어려운데 대신 옆나라 일본이 괴수물에 관심이 많아 꾸준히 괴수물을 내놓고 있어 괴수물 마니아들에게 단비가 되어주고 있는데요. 그런 일본 괴수물 중에서도 한국에서 제법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고질라가 주인공인 영화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리에겐 고질라로 더 익숙하지만, 일본에서는 고지라로 불리는 이 괴수는 거대한 몸집과 강력한 힘, 놀라운 회복력, 꼬리 끝에서부터 힘을 모아 발사하는 열선을 바탕으로 인간 사회에 거대한 재앙을 몰고 오는 존재인데요. 그간 꾸준히 특촬물과 영화로 재탄생하며 악과 선(?)을 오가며 다양하게 변주되다가 2023년에는 고지라 탄생 70주년 기념작으로 고질라 마이너스 원(ゴジラ-1.0)이란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이야기해 보려는 영화가 그 고질라 마이너스 원인데요. 일본 아카데미에선 최우수 작품상,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시각효과상을 수상할 정도로 흥행뿐 아니라 상복도 있는 영화였습니다.

 

- 스포일의 가능성이 있는 얘기들이 나올 수 있으니 아직 고질라 마이너스 원을 보지 않으셨다면 주의하세요. -

 

 

줄거리

 

2차 세계대전의 끝자락. 자살특공대가 되어 미군 선박을 공격해야 하는 임무를 받은 시키시마는 비행기 고장을 핑계로 오오도섬에 불시착합니다. 죽음의 공포 때문에 특공 임무를 회피하는 그 앞에 갑자기 등장한 고질라. 공포에 휩싸여 고질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그 앞에 남은 건 몰살당한 정비대원들이었고, 전쟁이 끝나 일본에 돌아오니 도쿄 대공습으로 가족을 모두 잃은 참담한 상황에 놓입니다. 전쟁 후 그를 계속 괴롭히는 PTSD와 죄책감에 짓눌려 살던 그에게 마찬가지로 가족을 잃은 노리코와 고아 소녀인 아키코가 찾아들며 조금씩 일상을 찾아가는 듯했지만, 고질라가 일본에 등장하면서 다시 악몽이 찾아옵니다.

영화는 그렇게 전후 일본의 암울한 분위기, 회피 성향 주인공에게 찾아온 전쟁이 남긴 PTSD가 계속 발목을 잡아 무겁게 내려앉은 전반부와 전후 복구가 이뤄지며 불안하지만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와중에 갑자기 일본에 닥쳐온 고지라라는 새로운 악몽, 그리고 고지라와 맞서기 위해 힘을 모으는 인간들의 이야기라는 후반부라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흐름으로 짜여 있습니다.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전후 일본과 전쟁만큼 무시무시한 고지라의 존재를 대비시켜 이야기를 끌고 가는데 나름 볼만은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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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효과도 메시지도 무난한 고질라 영화


전통적인(?) TV 특촬물과는 다르게 거대한 스크린을 염두에 둔 작품답게 사람이 옷을 입고 고질라를 연기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CG를 많이 사용했는데 전체적으로 고지라의 출연 비중이 많은 건 아니지만, 적재적소에 활용된 느낌이고 고질라의 표현과 연출은 물론 인간들의 등장씬에 사용된 CG도 전반적으로 준수한 편이었습니다.(그러니 아카데미에서 시각효과상을 거머 줬겠죠.) 일본의 오리지널 고지라 영화에서 종종 만나던 특유의 괴수음과 반가운 OST도 고지라 70주년 기념작품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잘 살리고 있었고요.

다만 이런 괴수물은 최근 국내에서 크게 흥행한 파묘 같은 오컬트물보다 더 취향을 많이 타는 장르인데요. 그 취향의 기반이 괴수여서인지 괴수 보다 인간의 비중이 높으면 팬들의 평가는 대체로 좋지 않았습니다. 엄밀히는 비중 자체의 문제보다 인간의 이야기와 괴수의 이야기가 매끄럽지 않았었다고 해야겠죠. 고질라 마이너스 원은 그 둘의 연결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일본이나 미국 등지에서 평가나 흥행 모두 성공적이었고요. 전쟁이든 괴수든 거대한 재앙에 맞서 포기하지 말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비교적 잘 전달된 턱분이겠죠?

 

 

어쩔 수 없는 전후 일본 피해자 코스프레의 기운


그럼에도 한국에서 제대로 개봉하기는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영화의 배경이 전후 일본인데 전후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일본의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공통적으로 담고 있는 모습이 일본의 식민지였던 우리에겐 피해자 코스프레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전쟁을 일으킨 가해자라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도쿄대공습 등으로 피해자가 된 것처럼 그리는 부분만 있기에 국가가 국민을 자살특공에 내몰고 지키지 않는다면 국민이라도 함께 연대하고 저항하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임에도 괴수의 호쾌한(?) 파괴와 인류의 대립이란 구도에만 흥미를 느끼고 넘어가기 힘든 영화가 되어 버렸죠. 특히 한국인에겐...

전쟁이 끝난 후에도 자신의 전쟁을 끝내지 못한 주인공과 한 섬에 살던 괴수에서 핵실험 이후 더 거대화해 일본을 침략하는 고지라의 대결.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주인공 편에 서서 일본을 아니 자신들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힘을 모으는 다양한 군상들. 영화는 분명 비슷한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가벼운 고지라 시리즈인데 배경이 전후 일본이라는 것만으로 좀 더 특별하게 읽혔던 고지라 마이너스 원이었습니다. 대놓고 표시 내지 않아도 어딘지 전후 일본의 피해자 코스프레가 보여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던...


 
고질라 마이너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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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
감독
야마자키 타카시
출연
카미키 류노스케, 하마베 미나미, 야마다 유키, 아오키 무네타카, 요시오카 히데타카, 안도 사쿠라, 사사키 쿠라노스케, 엔도 유야, 이이다 키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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