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주의 첫 행선지는 광치기 해변이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광치기 해변에 가자 뭐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숙소에서 나와 제주버스터미널에 가서 대기 중인 버스들을 둘러보고 어디로 갈까 하다가 탄 버스가 광치기 해변을 지나 성산항으로 떠나는 것이었을 뿐. 터미널쪽에선 흐리던 하늘이 성산일출봉에 가까워질수록 좋아지더군요. 완연한 봄이었던 만큼 굽이굽이 달리는 제주도 푸르름이 가득했고요.
우리나라 곳곳의 물때를 알려주는 바다타임 사이트를 확인하니 물도 적당히 빠져 있을 시간이라 기대를 품고 도착한 아름다운 해변. 광치기 해변은 파랗게 반짝였습니다. 시간은 오전 11시쯤. 해변엔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바닷물이 물러난 광치기 해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산책을 하는 이들. 그리고 물질을 하던 해녀분까지 평화로우면서도 관광지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더라고요.
현무암이 부서져 만들어졌을 검은 모래 가득한 해변을 좀 더 걸어 내려가면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등장하는 광치기 특유의 바위들. 처음엔 거칠었을 현무암들도 오랜 시간 바닷물에 씻기고 깎이길 반복하며 동글동글 매끄러운 모습을 보여주죠. 제주의 다른 해변과는 또 다른 광치기 해변 만의 풍경을 만드는 1등 공신들. 아. 물론 광치기에는 광치기 해변보다 더한 존재감을 뽐내는 성산일출봉이 있어서 함께 사진에 담는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저도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며 광치기를 기억에 또 한 번 기록했는데... 물 밖으로 드러난 현무암엔 이끼도 끼어 있고 바닷물도 남아 있어서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 저도 슬쩍 미끄러졌... 다행히 넘어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긴장감과 함께 광치기 해변을 따라 좀 더 걸었네요. 섭지코지 근처까지요. 걷는 건 뚜벅이 여행객에겐 익숙한 거지만, 봄의 제주에 가득한 생명력. 까만 돌담과 초록 초목, 화사하게 피어난 봄꽃들 덕분에 심심하지 않고 좋았네요. 제주에 오시면 차도 좋지만, 많이 걸어보세요.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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