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돈백꽃 숙성육 식당에 가면 보글보글보글 수족관에서 기포가 올라옵니다. 그런데 이곳은 회를 파는 식당이 아니라 돼지고기를 파는 곳. 멀리 선 그냥 횟집 수족관 같더니 가까이 가서 보면 웬 고깃덩어리들이 물속에서 숨을 쉬고(?) 있네요. 네. 이 집은 워터 에이징을 내세운 곳입니다. 진공 포장한 고기를 찬물에 담가 숙성시키는 건데 진공 포장을 통해 수분 증발을 막아 육즙은 더 촉촉하고 육질이 연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들었으니 맛을 봐줘야겠죠.
자리를 잡고 앉아 살펴본 메뉴판. 눈에 띄는 건 역시 세트 메뉴죠? 꽃목살, 눈꽃삼겹살, 항정살, 가브리살, 돈늑간살 등으로 구성된 600g짜리 돈백꽃 세트(55,000원)와 뼈목살, 흑돈마호크로 구성된 700g짜리 돈백뼈 세트(60,000원). 뭔가 고기 부위별로 수식어가 많이 붙은 다분히 트렌디한 이름을 덧입힌 메뉴지만, 여행지에선 그런 게 또 먹히는 법이죠. 저희의 첫 주문도 돈백꽃 세트.
주문을 하고 나니 테이블 위에 밑반찬이 깔리기 시작하는데 묵은지부터 파채, 샐러드 같은 녀석들부터 찍어 먹을 수 있는 안데스 소금, 쌈장, 와사비, 멜젓, 명란마요 소스. 그리고 동그랗게 잘 말린 밥뭉치가 나왔는데 뭔가 했더니 고기를 익힌 후에 고기 초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나온 거더군요. 뭔가 다채롭다 했더니 벽에 안데스 소금을 필두로 명란마요 소스+와사비 조합으로 초밥을 만들어 먹으라거나 묵은지+멜젓 조합 등이 안내되어 있네요. 결국은 마음대로 먹게 되겠지만...
잠시 후 드라이아이스 퍼포먼스와 함께 돈백꽃 세트가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고기 등장부터 인스타 감성을 잘 표현하고 있더군요. 아마 사진이나 동영상을 인스타에 올리신 분들 많을 듯. 그렇게 금방 시원하게 끝난 퍼포먼스 후에 하나 둘 불판에 몸을 뉘었고요. 직원분들이 고기를 구워주는 곳이라 이야기를 나누며 고기가 익기만 기다리면 끝입니다. 잘 익은 녀석부터 이렇게 저렇게 또 그렇게 앞서 말씀드린 조합 중 취향대로 즐기면 되는 거죠. 워터 에이징 효과를 느낄 정도로 고기에 해박하지는 않지만, 맛은 있더라고요.ㅎ
이어서 돈백뼈 세트도 공략하고, 후식까지 정석대로 마무리된 식사. 돈백꽃 숙성육을 평가하자면 익숙한 고깃집에 인스타 감성을 잔뜩 더한 곳이란 느낌이었는데 고기나 음식 맛이 별로였다면 더 실망했겠지만, 다행히 고기맛이 괜찮아서 즐겁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네요. 그러니 입은 물론이고 눈도 즐거운 고깃집 공략을 하시겠다면 제주 들르실 때 돈백꽃 숙성육을 찾아보세요~@_@/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