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여전히 지키고 있고, 국내에서도 1,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역대 7위를 지키고 있는 영화이기도 한 아바타(AVATAR). 역대급 흥행 신화라 해도 좋을 영화가 돌아왔습니다. 첫 편이 2009년에 개봉했으니 무려 13년 만에 돌아온 건데요. 코로나19 이후 거의 찾지 않던 극장을 그것도 개봉 첫날에 찾았습니다. 아바타가 개봉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3D 영화가 아시는 것처럼 최근엔 크게 퇴조하면서 극장에서 3D로 영화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던데.-_-;; 모처럼 3D 안경과 함께 아바타: 물의 길(AVATAR: The Way of Water)의 세계에 빠져들었습니다. 3시간 넘는 긴 시간 동안. 참고로 저는 2009년에 남들 다 본 아바타를 극장은커녕 집에서도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편 개봉을 앞두고 예습은 해야겠다 싶어서 봤죠.
- 스포일의 가능성이 있는 얘기들이 나올 수 있으니 아직 아바타: 물의 길을 보지 않으셨다면 주의하세요. -
둘이 이어지는 얘기다 보니 아바타 1편 감상부터 살짝 언급할까 하는데요. 아바타는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이 판도라 행성을 개발하는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판도라 토착민인 나비족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담아 원격으로 제어하며 나비족들 사이에서 자원 채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 하지만, 나비족인 네이티리와 만나고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나비족들과 함께 하면서 무분별한 개발 야욕을 드러내는 인간과 멀어지면서 겪는 사건을 풀어내는데요. 인류의 환경 파괴와 그릇된 욕망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며 마무리 지어졌었죠. 아바타 2격인 아바타: 물의 길은 아바타 이후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가 이룬 가족 앞에 새로 등장하는 위협과 그 위협에 맞서는 가족의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나갑니다. 개봉 극 초기이니 이 정도만 언급하기로 하죠.^^;;
무려 2시간 72분(감독 피셜;;;). 3시간 넘게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죠. 영화를 보면서 몇 번 시간을 확인하긴 했지만, 지치지 않고 따라가긴 했는데요. 아바타는 그 긴 시간을 압도적인 영상미로 채우더군요. 전작도 판도라 행성의 신비한 모습을 3D로 유감없이 펼쳐 보여줬고 그 부분이 많은 이들을 매료시킨 걸로 알고 있는데 제임스 카메론은 이번에도 판도라라는 가상의 행성에 만든 자신의 세계관을 영상으로 담아내는데 최선을 다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편의 주제가 물인 만큼 판도라의 바다와 해양 생물을 화면에 넘치도록 채우고 있는데... 눈은 즐겁긴 한데 뭔가 아쉽습니다. 자연과 교감하는 삶을 사는 나비족이다 보니 수많은 해양생물과의 교감이 부러워지다가도 내 세계관은 이렇게 쩔어~를 길게 담다 보니 영화가 아니라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한 느낌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거든요.
가상의 세계에 대한 해양 다큐라는 게 묘한 포지션이지만, 그래도 제임스 카메론은 판도라와 나비족이라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설정에 인류의 문화를 덧입혀 이해도를 높이는 장치로 잘 활용하는 편입니다. 바다에 사는 나비족에겐 폴리네시아인들의 문신을 더하는 디테일 같은 부분이 그건데 종종 그게 클리셰처럼 느껴지는 게 문제긴 하지만, 아바타가 SF 영화가 아니라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그런 장치와 마주할 때마다 다시 느끼게 되죠. 1편이 전체적으로 포카혼타스의 SF 버전이란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로미오와 줄리엣, 동정녀 마리아(?) 설정을 더하는 식으로 스토리에 새로운 클리셰를 더했던데 그게 호불호의 영역에 도달하지만, 낯선 세계의 이야기를 가깝게 느끼게 하는 장치로서는 잘 작동한다는 생각에 공감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더 아쉬운 건 스토리 그 자체입니다. 1편이 나비족과 인간의 처절한 전투와 승리, 그리고 주인공과 악인의 대립을 완결 지었다면 아바타: 물의 길은 이미 5편까지 제작하기로 한 아바타 세계관의 아주 작은 부분에 집중하며 필요 이상으로 긴 시간을 할애하는 느낌을 주거든요. 개연성이 떨어지는 포인트도 있었고요. 제이크 설리 가족이 인간들에게 맞서 펼치는 전투의 규모도 아주 작게 느껴지고요. 한 편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서사시를 여러 편에 걸쳐서 나눠서 보여주겠다는 제임스 카메론의 생각이 반영된 거겠지만, 판도라 행성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이들에겐 나쁘지 않은 접근이 나비족과 인류의 대립(엄밀히는 전투)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겐 아쉬운 포인트였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로도 영화를 보다 보면 메인 줄거리 사이사이 짧게 나와야 할 다큐멘터리가 길어지면서 메인 줄거리가 표류하는 거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받았네요.-_-;;
그럼에도 아바타: 물의 길은 명징한 이야기를 던집니다. 가족이 함께 위기를 헤쳐나간다는 미국식 가족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과거 미국 땅을 놓고 원주민인 인디언을 집요하게 공격하던 영국인의 모습에 나비족과 인류를 배치해 자연과 소통하지 않고 자연을 배척하고 지배하려는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보이게 하고 있는데요. 수많은 과오를 쌓아온 인류지만, 환경 파괴 문제 등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와 앞으로 생길 문제들에 대해서도 더 큰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달까요? 제임스 카메론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한 걸 따로 본건 없어서 어쩌면 제 생각일 뿐일지 모르겠지만,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자연 안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 대 더 많은 걸 얻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보고 있으면 진짜 이 이야기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그 흐름을 따라 순환하듯 살아가자고 말하는 제법 목표 의식이 분명한 다큐멘터리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던데... 결과적으로 얼마나 흥행할까 보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궁금했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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