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세상을 움직이는가? 국가의 정재계 인사들일까? 그렇지 않다. 진짜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은 그들의 그림자 뒤에 존재한다. 이 이름 없는 비서들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이 세상엔 양지와 음지가 존재한다.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빛은 어둠 속에서 더 눈부신 법이다. 이것은 그런 이름 없는 비서들의 비밀 이야기다.
한국 배우 심은경이 출연했다고 해서 보게 된 일본 드라마 7인의 비서(七人の秘書)에서 매회 흘러나오는 내레이션입니다. 몇 줄의 텍스트 만으로도 작은 울림을 주지 않아요? 일본이든 우리나라든 어느 사회에서든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을 부조리에 맞서는 그림자 속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흥미가 생기기도 하고요.
7인의 비서는 그렇게 사회적인 약자를 괴롭히는 무리를 처단하기 위해 정계, 재계, 대학병원, 경찰 등에서 일한 7명의 전현직 비서가 힘을 합쳐 펼치는 복수극을 빠른 호흡과 통쾌한 마무리로 풀어내는 8회 분량의 짧은 드라마입니다. 매회 약자를 괴롭히는 한 명의 악당을 세운 후 비서들이 마치 비밀요원이라도 된 듯 작전을 펼쳐 그 지위에서 끌어내리는 식으로 사이다를 안기는데요. 도둑들 아니 좀 더 가깝게는 오션스 8 같은 작품과 궤를 같이하는 드라마랄 수 있죠.
1시간 안팎의 짧은 시간 동안 한 명씩 처단(?)하느라 허술한 부분들이 없지는 않지만, 드라마적 상상을 바탕으로 적당히 넘기며 속도감 있게 보기엔 좋더라고요. 진짜 그림자처럼만 보여서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비서라는 직업, 아니 그들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 새삼 궁금해지기도 했고요. 우리나라는 꽉 막힌 일본이랑은 다르니 비서들이 그렇게까지 굽신거리지는 않을 듯했지만... 모르죠. 그림자 세상의 일은.
문제는 그렇게 재밌게 보고 나서 남는 게 일종의 헛헛함이라는 거였습니다. 우리보다 더 꽉 막혀 비리가 만연할 일본답게(?) 고작 이런 판타지로 위안을 받는 것 말고는 현실에서 악을 털어내기 어렵겠지...라고 넘기기엔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테고. 처음부터 악한이 아니라도 지위가 올라가고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점점 악에 물들어 가는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하거든요.
그래도 이런 드라마를 통해 악의 성장에 대해 생각해보고, 세상의 부조리에 조금이라도 더 눈을 떠서 세상을 바꾸는 그림자가 되어 어둠 속의 빛을 찾아내고 밝히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코믹한 드라마 한 편에도 생각이 많아지네요. 그리고 미레이(milet)가 부르는 드라마의 OST도 좋아서 첨부했으니 한 번 들어보세요. 참. 제일 기대했던 심은경의 배역도 연기는 괜찮았습니다.@_@b 혼혈로 일본어가 서툴다는 설정으로 등장하지만, 대부분의 대사를 일어로 잘 처리했더라고요. 일본에서 큰상도 턱턱 받고 있고 활동을 이어가면서 어느새 일본 영화, 드라마 등에 잘 녹아들고 있는 듯한데 거꾸로 한국에서의 활약도 더 많아지면 좋겠네요.^^
7인의 비서
사회 약자들을 괴롭히는 무리를 처단하기 위해 모인 7명의 비서가 만들어가는 통쾌한 스토리
page.kakao.com
PS 1. 소유라멘 먹고 싶다.
PS 2. 초반에 윤희숙 전 국회의원과 꼭 닮은 악당이 나와서 깜놀...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