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마니아들에게 실사 영화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으며 스파이더맨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던 극장판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만든 소니 픽쳐스가 만만찮은 작품을 내놨더군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 개봉을 택한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The Michells vs The Machines)이 그 주인공인데요. 작품의 제목 그대로 미첼 가족과 로봇들이 좌충우돌 전투를 벌이는 이야기입니다. 로봇에게 잡히지 않은 마지막 가족과 모든 인간을 없애고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려는 로봇의 대결. 초반 줄거리는 다음과 같은데요.
LA에 있는 영화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집을 떠나게 된 케이티 미첼. 무지갯빛 미래를 꿈꾸며 학교로 향하고 싶어 하는 그지만, 자신과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듯 이해하지 않는 아빠와 사이가 틀어지면서 출발 전날 기분이 좋지 만은 않은데요. 그건 아빠 쪽도 마찬가지. 갑작스러운 결정이지만, 딸과의 관계를 회복해 보려고 LA까지 가족들이 자동차 여행을 하기로 합니다. 문제는 그들의 아슬아슬한 관계 회복 여행과는 아무 상관없이 갑자기 기계들의 인간 공격이 시작됐다는 거죠. 인간을 잡아들이기 위해 와이파이를 끄는 등 무시무시한 방법으로 삽시간에 인간을 무력화시키며 세상을 점령한 로봇들에 맞서 미첼 가족의 여행은 어떤 결과로 향할까요.
- 스포일의 가능성이 있는 얘기들이 나올 수 있으니 아직 미첼 가족과 기계전쟁을 보지 않으셨다면 주의하세요. -
텍스트로만 봐도 뭔가 처절한(?) 전투가 펼쳐지지 않을 게 예상되시죠? 네. 예상대로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익살스럽게 LA까지 함께 해야 하는 미첼 가족의 아슬아슬한 여행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거기에 상상도 못 할 기계들의 반란이라는 이벤트가 더해져 딸을 학교로 보내는 가벼운 가족여행이 아니라 어쩌면 인류 최후가 될지 모를 황당한 여행이 되지만, 작품 안에는 만화적인 상상력과 함께 인터넷 세상을 지배하는 다양한 밈들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며 그 문화 아이콘을 이해하는 이들에겐 더없이 재밌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더군요.
누가 봐도 애플의 시리에서 영감을 얻은 걸로 보이는 세계 최초의 스마트 비서라는 팔의 반란은 팔의 후속작으로 발표된 인공지능 로봇 팔 맥스의 인류 공습으로 이어지는데요. 가족 이상의 '또 다른 가족' 같았던 인공지능의 반란이 서로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빠와 딸이 포함된 분열된 가족을 하나로 묶어 줄 거라는 건 아마 이런 류의 영화를 한 번이라도 보셨다면 충분히 예측 가능하실 겁니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고 그 여정이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영화는 그렇게 제법 예상되는 이야기의 흐름에 소소한 에피소드를 추가해 조금씩 변주하면서 미첼 가족이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고 하나가 되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데요.
익숙한 현실을 살짝 비틀어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우리의 모습을 풍자하는데 공을 드린 작품답게 기계들의 반란이 위협적으로 다가오기보다는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보내고 있는 지금의 일상을 돌아보게 합니다. 매일 대화를 나눠야 할 가족보다 낯선 온라인의 누군가의 삶을 동경하고, 그들과의 관계에 집중하는 SNS의 허상을 쫓는 우리에게 투박한 아날로그 방식의 소통을 이야기하고, 찐한 가족의 힘을 일깨우는 작품. 엔딩 크레딧까지 묘하게 추억을 소환하고 있어서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면서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면 딱 좋을 제법 잘 만들어진 가족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_@/ 모쪼록 재밌게 보세요.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자동차를 타고 국토를 횡단할까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 로봇들이 세상을 점령하다니. 이제 이상하기로는 세계 최강, 미첼 가족이 나설 수밖에. 인류는 우리가 구한다.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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