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개인정보 유출에 여러분의 개인정보는 안녕들하십니까? 저는...

무려 1억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한큐에 유출됐습니다.
KCB 직원이 금전 취득을 목적으로 무단으로 빼냈다지만 KB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에서 빠져나간 개인정보 건수는 가히 천문학적인데요. 중복되는 걸 감안해도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의 대부분이 포함될 정도로 엄청난 규모라고 하죠.

당연히 저도 걱정이 됐습니다.
특히 KB카드는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열심히 썼던 카드사였고 카드를 쓰지는 않더라도 탈회 등의 조치를 한 게 아니라서 아직 내 정보를 가지고 있는걸 잘 알고 있었거든요. 롯데카드는 카드만 만들고 봉인했던 걸로 기억나고 NH농협카드는 전혀 연이 없는 카드지만 그래도 혹시나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의미로 각 사이트에 접속했는데요. 예상대로 총체적 난국이 이어지더군요.

KB국민카드는 수월, 롯데카드는 불편, NH농협카드는 재앙...

오래 거래했던 KB국민카드 사이트(http://www.kbcard.com)는 비교적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간단한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니 아니길 바랬던 기대를 저버리고 이렇게 상세한 정보 유출 내용이 표시되더군요.

이름부터 시작해서 신용등급까지 싸그리도 다 털렸더라고요.
저도 잘 모르는 제 신용등급을 브로커나 사기에 이용하려는 누군가는 잘도 알고 있겠죠.ㅠ_ㅠ
원본 파일을 이미 압수했고 판매되거나 유통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지만 누가 알아요. 이런 민감한 사항일수록 괜찮다고 덮으려는 게 위정자들의 패턴인데.

롯데카드 사이트(http://www.lottecard.co.kr)에서는 확인 과정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것저것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 까지는 이해하겠는데 64비트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에 집에서는 확인이 불가하더라고요. 쩝. 결국 회사의 32비트 환경에서 확인. 아니나 다를까 털렸더군요.

국민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누출된 내용도 적고 역시 개인정보가 유통되지 않았다며 친절한(?) 설명을 잊지 않고 달아뒀지만 이 역시 믿을 수가 있어야죠.

난관은 NH농협카드 사이트(http://card.nonghyup.com)에서 찾아왔습니다.
분명 IE만 지원한다고 큰소리 치던 이 사이트가 정작 IE 11은 지원하지 않는지 이용할 수 없다며 에러 메시지를 뱉기 시작하는 겁니다. IE 11은 IE가 아니랍니까? 막상 사이트 접속이 안되니 NH농협카드 회원이었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이 더 커집니다.

우회책을 찾아봤습니다.
크롬 브라우저에서 IE Multi Tab이라는 확장 프로그램을 이용해 들어가보기로 한 거죠. 다행히 이렇게 우회하니 보안 프로그램 설치 등 이후 절차가 가능하더군요. 그런데 평일 출근한 직장인들이 확인하느라 사이트에 몰린 건지 휴대전화 인증이 계속 에러가 나는 겁니다.

이래선 확인이 어려우니 문득 일단 NH농협카드 사용자인지부터 확인하지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하나의 우회책이 떠오릅니다. 여신금융협회에서 제공하는 카드포인트 통합 조회 시스템(http://www.cardpoint.or.kr). 한곳에서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카드포인트를 조회할 수 있으니 카드가 없다면 그게 나올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예상은 적중. 다행히 NH농협카드는 저와 연이 없더군요.-_-;;

이후 대응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적다는 게 문제...

이렇게 KB국민카드쪽과 롯데카드에서 내 정보가 누출됐다는 건 확인됐습니다.
이제 뭘 하면 좋을까요? 언론에선 빨리 신용카드를 교체 발급받고 비밀번호를 바꾸고 기타 블라블라한 작업들을 하라고 권하지만 전 그냥 두 신용카드 회사에서 탈회하려고 합니다.

두 카드 모두 사용 빈도가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적고 주거래 은행 등과 물려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물론 그래도 비밀번호 변경 등은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름 응징이랍시고 탈회를 생각하는 제가 한심하네요. 잘못한 건 그들이지만 어차피 안 쓸 카드였으면 진작 탈회해버렸어야 하는데 그저 카드만 봉인하면 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에 집에 카드만 잘 모셔두고는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제가 물렁했던 거죠.

카드 3사는 대안이라고 SMS 문자 메시지를 무료 서비스로 제공하거나 이후 발생하는 피해액을 보상하겠다는 등의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아마 많은 분들이 그들의 무책임한 행태에 불만을 품고 계실 듯 합니다.

믿고 맡겼던 내 개인정보를 참으로 가볍게 관리한 그들에게 적절하게 처벌을 내렸으면 좋겠지만 법이라는 게 말랑해서 피해가 발생하고 그 피해 사실을 입증하지 않으면 현재같이 잠재적인 위협만으로는 각 업체를 처벌하는 게 제한적이라는 문제도 있고요. 고객 중심 따위는 없는 기업 중심의 이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좀 더 마음을 놓을 텐데 그게 어려우니 쩝~

암튼 전 탈회 쪽으로 마음을 먹고 이후 실행해 나갈 생각인데...
고객센터가 폭주할 테니 탈회 요청이나 잘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ㅠ_ㅠ

나도 잘 모르던 내 신용등급까지 털게 내버려둔(?) KB국민카드 잊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