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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헌시민의 숲, 가을의 절정을 산책하다가 마주한 삼풍 위령비를 곱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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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답게 도시의 성장과 함께 곳곳에 공원들을 조성해 왔습니다. 공원이 가까우면 삶의 질이 올라간다고들 하니 규모가 작은 것부터 규모가 큰 곳까지 다양한 공원들이 존재하는데요. 얼마 전에 매헌시민의 숲에 다녀왔습니다. 과거엔 양재시민의숲이라고 부른 적도 있고 바로 옆에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이 있는 곳인데 이제는 매헌시민의 숲이 더 공식 명칭인 듯하더군요. 양재천을 끼고 피자 한 조각처럼 생긴 독특한 공원. 이곳이 개원한 게 1986년이었다고 하는데 저는 강남에 사는 게 아니라서 이번에 처음 가봤네요.ㅎ
가을로 물든 매헌시민의 숲에서 마주한 삼풍 위령비
하루하루 멀어지는 가을의 끝자락인 만큼 공원은 단풍으로 가득했는데요. 단풍나무 외에도 메타세콰이아, 은행나무, 플라타너스 등 다양한 수목이 잘 조성된 산책길 옆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자라나고 있더군요. 단순한 시민공원이라기엔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관과 함께 대한항공 858편 폭파 사건의 희생자 위령탑,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희생자 위령탑, 백마부대 충혼탑 등이 있어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는데...
시민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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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보다 삼풍백화점 참사처럼 참사 현장에 놓여서 후대에 두고두고 경각심을 주고 안타까움을 나눠야 할 곳이 뜬금없이 이 공원에 있다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과거 삼풍백화점 자리에 아크로비스타 같은 게 들어서고 집값이 떨어질까 봐 추모비를 두지 못하게 한 게 아닐까란 합리적인 의심에 도달하니 더 기분이 나빴고요. 집값이 문제가 아니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과거를 덮어선 안 될 텐데요.





잘 아시는 것처럼 미국 등은 대형 사건이 발생하면 희생자를 추모하고 추억하는 장소를 사건이 일어난 곳에 직접 조성하고 꾸준히 돌아보게 합니다. 9.11 메모리얼 & 뮤지엄이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만들어졌다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죠. 그들에 부동산이 가치 없는 게 아닐 텐데 안타까운 역사를 직시하고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숨기기 급급한 우리(아니 위정자들과 탐욕에 눈감는 이들)의 모습.





가을을 맞아 빨갛게 노랗게 물든 매헌시민의 숲은 참 아름다웠고 공원을 찾은 시민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는데 여러 위령탑을 마주하며 머릿속은 조금은 복잡해졌던 시간. 봄이 오면 양재천에 벚꽃이 흐드러질 텐데 그때 한 번 다시 놀러 가볼까 합니다. 그보다 빨리 올 겨울에 눈이 펑펑 내리면 그때 눈구경하러 갈지도 모르겠고요. 아무튼 다음번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매헌시민의 숲을 거닐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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