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재산이고 자원인 나라. 우리나라는 가치 있는 천연자원이 부족한 반면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인적 자원의 힘으로 지금의 경제를 일으켰습니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은 더 나은 인재를 확보하고 그들의 능력을 끌어내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데요. 벤처기업 붐이 불었을 때만 해도 스톡옵션이라는 제도가 주목을 받았지만, 스톡옵션 대량 행사 시 회사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키면서 현재는 기업과 지원은 물론 주주들 사이에서도 스톡옵션 제공이 예전만큼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 인재 확보의 중요성은 계속 커지면서 최근엔 스톡옵션과는 다른 형태의 지분기반 보상제도인 RSU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RSU(Restricted Stock Units)라는 단어 만으로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우리말로 풀어놓으면 조금 더 감이 오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이라는 이 제도는 스톡옵션 대신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인재 확보를 위해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제도인데요. 미국은 2003년경부터 도입해 어느새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시총 상위 30개 기업 중 28개 기업, 미국 상장 기업 중 65%가 도입했을 정도로 일반적인 제도로 인재를 영입하고 유지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하더군요. 독일도 2013년엔 10%였던 RSU 도입 비율이 2023년엔 25%로 늘었고, 일본에서는 같은 기간 5%였던 도입률이 5%에서 15%로 늘어났는데 한국은 2,500여 개의 상장 기업 중 RSU 도입 회사가 아직 1% 미만인 상황;; 한화를 시작으로 네이버, 에코프로, 두산, 크래프톤 등이 도입을 시작했지만, 이와 동시에 규제가 생기려 하는 등 세계적인 흐름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제대로 꽃피지 못하고 있는 RSU에 대해 정부와 기업,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준비한 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한국경영학회(KASBA) 주최로 진행된 한국 기업의 RSU 활용 쟁점과 대안: 한ㆍ미ㆍ일ㆍ독 간 비교 연구 학술 세미나 얘긴데요.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이번 학술 세미나에 참여할 기회가 있어 현장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전해볼까 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급격하게 돌아가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인재 확보 전쟁은 매우 중요한데 RSU 같이 매력적인 제도를 온전히 활용하지 못해 우리 기업들이 인재 수급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이 생기는 걸 학계에서도 못 본 척할 수는 없었겠죠. 세미나에 다녀와서 느낀 결론부터 남겨보자면 제가 다니는 회사도 스톡옵션의 폐해를 참 많이 겪은 회사인지라 RSU를 적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점점 커진 시간이었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밸류업을 위해서라도요.
전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RSU라는 지분기반 보상 제도를 다시 한번 정리해 보면 RSU는 미국을 필두로 독일,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 활용되는 제도로 임직원의 성과를 보상할 때 현금 지급 대신 주식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 주식을 바로 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보통 3~10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제공하게 되는데요. 회사는 임직원에게 지급할 주식을 시장에서 매입해 놓기 때문에 시장에 풀린 주식이 줄어들면서 해당 기업의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때그때 새로 발행해서 시장에 더 많은 주식을 풀어서 결과적으로 주가 하락과 이어질 수 있는 스톡옵션과는 차이가 있죠. 회사 입장에서도 주식을 실제로 임직원에게 주기 전까지는 회사 가치를 지킬 수 있기도 하고요.
다만 매년 받아왔던 현금성 보상과 달리 실제로 보상으로 주식을 수령하기까지 긴 호흡이 필요해지는데 이런 긴 호흡을 이용해 회사는 단기간의 성과 보다 장기간의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임원에게는 책임경영을 끌어낼 수 있고, 능력 있는 직원을 장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동력을 얻게 됩니다. 실제 지급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100만 원 현금 보장할 걸 120만 원 주식으로 제공하겠다는 식으로 임직원에게 당근을 제시한다고 하는데 성장 중인 회사라거나 내가 회사와 함께 성장해 과실을 나누겠다는 의지가 있는 이들에겐 꽤 매력적인 제도로 보이더라고요. 실제로 애플의 CEO 팀쿡은 662억의 연봉 중 81.6%를 RSU로 받고 있고, 엔비디아의 CEO이자 최대 주주인 젠슨 황도 연봉의 상당 부분을 RSU로 받고 있고 자신이 받은 보상의 일부를 임직원의 RSU 예산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보상 규모를 늘려 높은 실적을 이끈 임직원에게 보상의 선순환을 만들어가고 있기도 하고요.
물론 일정 기간 후에 주식으로 보상을 받는 방식이니 만큼 그 사이 회사 주가가 떨어지면 손해를 볼 수도 있는데 그래도 실제 주식을 받는 방식이다 보니 다소 주가가 떨어진다고 해도 전혀 보상을 못 받는 건 아닙니다. 스톡옵션의 경우 주식을 취득할 권리를 주는 거다 보니 행사가 보다 주가가 낮으면 행사할 의미가 없어져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되는 것과 다르죠. 다만 세금 문제 등에 대해서 법률이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RSU가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미국 회사들은 보상위원회를 구성해 임원의 성과를 수십, 수백 쪽 분량의 문서로 상세히 평가함은 이를 공시해서 주주들의 판단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경제학교수님들답게 우리나라에서도 RSU 확대와 함께 공시를 강화하게 유도하되 기업의 자율을 보장하고 주주의 알 권리를 확보해 시장의 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문화와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해주셨고요.
최근의 기업 경쟁은 국내 경쟁에만 머물지 않는 건 잘 아실 겁니다. 특히 능력 있는 인재를 놓고 벌어지는 총칼 없는 전쟁은, 아니 쩐의 전쟁은 심해지면 심해졌지 완화되지 않을 분위기인데요. 더 나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회사의 미래 가치를 세일즈하고 기용한 인재가 그 미래 가치를 만들 수 있게 지원하는 게 요즘 회사들의 가장 중요한 과제. 한화도 우주발사체와 첨단제트엔진, 방산과 조선 분야 등에서 활약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RSU를 도입한 걸 텐데요. 첨단 기술 업계나 IT 업계 등에서 특히 더 RSU 성과가 좋다니 국내에서도 더 많은 선도기업들이 RSU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엔비디아가 드라마틱하게 이직률을 떨어트린 비결에 RSU가 있었던 것처럼 우리 기업들의 인재 확보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게 하는 수단이 되길 바라게 되고요. 멀리 볼 것도 없습니다. 당장 제가 다니는 회사가 스톡옵션 관련 문제가 참 많았던 회사라서 책임경영과 안정적을 넘어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서라도 회사 리더들이 RSU 제도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한국경영학회] 한국 기업의 RSU 활용 쟁점과 대안: 한·미·일·독 간 비교 연구 학술세미나 발표
제목 [한국경영학회] 한국 기업의 RSU 활용 쟁점과 대안: 한·미·일·독 간 비교 연구 학술세미나 발표자료 작성자 관리자 이메일 쓰기 작성글 보기 작성일 2024.09.26 첨부파일1 조회수 6 내용 share ur
kasba.or.kr
댓글 영역
라디오키즈님의
글이 좋았다면 응원을 보내주세요!
이 글이 도움이 됐다면, 응원 댓글을 써보세요. 블로거에게 지급되는 응원금은 새로운 창작의 큰 힘이 됩니다.
응원 댓글은 만 14세 이상 카카오계정 이용자라면 누구나 편하게 작성, 결제할 수 있습니다.
글 본문, 댓글 목록 등을 통해 응원한 팬과 응원 댓글, 응원금을 강조해 보여줍니다.
응원금은 앱에서는 인앱결제, 웹에서는 카카오페이 및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