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행지를 돌아다니다보면 그런 곳이 있죠. 엥? 여기가 이런 걸 파는 게 아니고 저런 걸 파는 가게라고 싶은 곳. 모슬포항 방어축제의 거리 초입부에 있는 해성 이용원도 그렇게 조금은 낯선 느낌의 카페입니다. 해성 이용원이라는 간판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조금만 더 눈을 크게 뜨고 보면 보이는 앙카페(UN CAFe&bAR)라는 글씨. 네. 이곳은 커피도 팔고 아이스크림도 팔고 술도 파는 그런 곳입니다. 이용원이라는 큼직한 간판과는 달리 머리를 깎아주지는 않죠. 듣자 하니 아버지가 했던 이용원 건물에 카페를 차린 거라고 하던데 이런 사연이 있으면 왠지 끌리더라고요.
목적의식 없이 모슬포항 포구를 돌다가 카카오맵에서 찾은 카페가 여기였습니다. 나비정원이라는 곳으로 가느냐 여기 가보느냐 고민을 하다가 해성 이용원, 아니 앙카페에 다녀왔다는 얘기죠. 일요일 오후에 매장엔 주인장뿐. 뭘 먹을까 고민하다 제가 고른 건 아이스 바닐라 라떼(5,500원)였습니다. 카페인도 당도 필요했던 터라 시원한 걸로 한 잔 주문했죠. 메뉴를 살펴보니 에스프레소부터 아포가토까지 커피류, 자몽차부터 천혜향 에이드 같은 음료, 컵 아이스크림과 스텔라부터 바이엔 슈테판 같은 술까지 다양하게 준비해 뒀더라고요. 아마 낮엔 커피나 음료를 파는 카페이고 밤엔 술을 파는 바가 되는 식인가 봅니다.
이용원을 개조해서인지 그리 넓이 않은 내부엔 테이블이나 좌석도 그리 많지 않았고, 균일하지 않은 스타일이 섞여 있었는데 그게 더 요즘 스타일이란 느낌을 주더군요. 뼛속부터 인스타 감성을 살렸다거나 포토존이 있어서 셀피나 영상을 남기고 싶게 만드는 곳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저 같은 사람은 사진으로 담는 재미는 있더라고요. 잠시 여기저기 찍는 사이에 주인장이 내린 아이스 바닐라 라떼가 맥주잔(!!)에 담겨 나왔습니다. 역시 이곳의 정체성은 카페와 바 중간의 어디쯤이란 의미일까요? 우유, 바닐라 시럽 등이 들어가 있어서 이미 커피 본연의 맛이 강하게 나지 않는 상황이고 제가 커알못이라 평가하기 어렵긴 한데. 특출 난 맛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무난하고 시원하게 잘 마시긴 했지만요.
그렇게 잠시 당을 충전하고 앙카페를 떠나왔는데요. 커피 맛까지 뛰어났다면 더 좋았겠지만, 무난한 맛에 공간이 가진 사연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놀러 가보셔도 좋을 듯하네요. 아. 그리고 밤에 찾아가면 또 어떨지 모르겠어요. 의외로 맥주병 하나쯤 들고 수다를 떠는 손님이 많은 곳일지 문득 궁금해지는군요. 저 대신 확인해 주실 분이 계시려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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