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치기 해변에서 섭지코지 근처로 걸어오면서 카카오맵을 켜고 카페를 찾았습니다. 관광지 근처라 많은 카페들이 있더군요. 이것저것 사진 찍을 곳을 잔뜩 만들어 놓은 듯 널찍했던 드르쿰다 in 성산도 보였고 뷰가 좋아 보였던 랜딩 카페 같은 곳들도 있었지만, 인스타 스팟엔 관심이 덜했고 익숙한 커피 말고 다른 걸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후보지를 머릿속에서 지우면서 찾아간 곳이 바로 카페바르941. 카맵을 보니 티라미수와 수제청을 직접 만드는 곳이라고 하고 평가도 좋더라고요.
그래서 찾아간 카페바르941(CAFE BARR 941). 제주하면 떠오르는 검은색 돌담으로 둘러싸인 작은 카페. 익숙하지 않은 메뉴를 공략하겠다며 찾아갔는데 생각보다 매장이 작아서 살짝 망설이다가 들어갔습니다. 달달한 게 필요했거든요. 수제청 매장답게 판매용 청들이 쌓여있고(?) 오리지널 티라미수 외에도 한라봉 티라미수 같이 특색 있는 메뉴와 청을 이용한 에이드와 차가 있더라고요. 물론 일반 커피도 준비되어 있었지만, 제가 주문한 건 한라봉 티라미수(6,000원)와 한라봉 에이드(6,000원). 달달한 거에 더 달달한 거 조합. 정석이라면 달달한 디저트에는 씁쓸한 커피 조합이어야 했지만, 이색적이고 이 가게의 시그니처를 맛보겠다는 의지가 이런 예외의 조합으로 절 이끌었네요.
주문을 하고 카페 내부를 살펴보니 일반 테이블이 아니라 4명 정도 앉을 수 있을 2개의 좌식 테이블과 창가 쪽 좌석이 있는데 신발을 벗어야 하는 곳이라 호불호가 나뉘겠다 싶었습니다. 제가 있는 새 들어온 다른 손님은 그래서 야외 테이블에 앉으시더라고요. 커플이셨는데 여자분이 치마를 입고 계셔서 아무래도 좌식 테이블보다는 야외 테이블이 낫겠다 싶으셨나 봐요. 날씨도 좋아서 야외도 좋아 보였지만요.
제 선택은 당연히(?) 창가 좌석. 이런 때 아니면 또 언제 창가 좌석에 앉겠어요. 음료와 디저트를 준비하는 소리가 나더니 제 앞에 놓인 건 귀엽게 귤칩을 얹고 있는 한라봉 티라미수와 한라봉 에이드. 그리고 달달이 옆에 씁쓸이라는 정석 조합을 깬 제가 안 돼 보였는지 직원분이 챙겨주신 아메리카노인데요. 작은 종이컵에 아메리카노를 함께 내어주면서 티라미수랑 함께 드시면 맛있을 거라고 해주시더라고요. 작은 센스에 감동하며 카카오맵에 5점 남겼네요. 가성비는 살짝 아쉽지만, 여행 분위기에 또 달콤함에 취해서 그만...
시원하고 달달하게 청량감을 전해주던 한라봉 에이드 한 모금 후에는 아메리카노로 입을 씻고 한라봉 티라미수를 공략하기 시작했는데요. 전통적인 티라미수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한라봉 맛이 많이 느껴졌냐하면 달콤함이 강해서 그렇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아련한 새콤함에 식감까지 재밌게 즐겼네요. 중간중간 아메리카노로 달달함을 눌러주는 것도 잊지 않았고요. 그리고 홀짝홀짝 마신 한라봉 에이드는 한여름엔 더 많이 찾게 될 달달한 시원함을 품고 있었죠. 정석 조합은 아니었지만, 잘 도전한 듯싶어요.ㅎ
카카오맵에 리뷰를 남기며 941이 혹시 주소인가 해서 봤더니 역시나더군요.ㅎ 서귀포시 성산읍 환해장성로 941, 여기가 카페바르941의 주소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대형 카페와는 거리가 있는 마을 속 자은 카페지만, 수제청을 바탕으로 제주다운 음료와 디저트를 내는 곳이니 근처에 들렀다 달달한 게 당기면 한 번 들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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