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마블을 통해 MCU라는 세계관을 쌓아 올리고 워너브라더스가 DC와 DCEU란 세계관을 만들어 영화 시장에서 재미를 볼 때 레전더리 픽쳐스가 도호의 고질라와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킹콩을 가져와 몬스터버스(MonsterVerse)라는 세계관을 통해 추억의 특촬물의 틀에 현대의 CG 기술력을 녹여낸 영화들을 선보였습니다. 2014년 고질라를 시작으로 2017년에 콩: 스컬 아일랜드가 2019년엔 고질라: 킹 오브 더 몬스터스가 공개됐고 올해엔 고질라 VS. 콩(Godzilla VS. Kong)이 공개되며 거대한 괴수들이 그리는 대격돌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거대한 괴수들 간의 싸움이라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호불호가 확 나뉘긴 하지만, 특촬물이 마니아의 지지를 받으며 지금도 사랑을 받고 있는 걸 보면 성공의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던 시리즈였죠. 몬스터버스는 고질라와 킹콩 같은 거대 괴수를 타이탄이라고 부르며 그들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지만, 다른 한쪽엔 모나크(Monarch)라는 비밀 조직을 두고 관찰자로서 타이탄과 관계를 맺는 인간, 그리고 괴수들의 싸움판에 끼어 고생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데요. 괴수들의 액션이 중심에 놓여야 하는 영화이다 보니 인간들의 사정이 끼어들면 끼어들수록 팬들의 평이 낮아지는 특이한 현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동물 다큐가 아니고 대중적인 영화의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다 보니 사람들이 끼어드는 건데 정작 그런 이야기보다 그냥 치받는 괴물들의 모습에 흥미진진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 스포일의 가능성이 있는 얘기들이 나올 수 있으니 아직 고질라 vs 콩을 보지 않으셨다면 주의하세요. -
그건 고질라 VS. 콩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고질라와 기도라 등 타이탄들의 전쟁이 끝나고 콩은 은밀한 곳에서 인간들의 관찰 하에 보호를 받고 있었고, 고질라는 늘 그렇듯 갑자기 등장해 에이펙스(APEX)라는 회사의 연구 시설을 파괴합니다. 다시 고질라가 인류를 공격한다고 생각한 이들은 에이펙스의 후원을 받아 지구 안의 또 다른 지구인 할로우 어스에서 고질라와 맞설 수 있는 에너지를 찾기 위한 모험에 나섭니다. 할로우 어스가 타이탄들의 고향이란 이론을 확인하기 위해 콩을 길잡이로 세울 계획까지 세워서요. 문제는 또 다른 타이탄의 존재에 자극받은 고질라가 콩의 앞에 나타나면서부터인데... 영화 정보 사이트 등에 공개된 고질라 VS. 콩의 줄거리는 대략 이런데요.
타이탄이란 거대 괴물들이 격돌하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답게 영화는 음모론에나 등장하는 지구 공동설을 이야기의 주요한 포인트로 삼습니다. 콩이나 고질라 같은 거대한 괴물들이 사실은 지구 내부의 또 다른 지구에 살고 있었던 거라는 식으로 이 거대한 괴물들이 갑자기 등장한 이유를 풀어내죠. 문제는 그곳에 있는 에너지원으로 고질라와 맞서야 한다는 둥의 전반적인 이야기가 그다지 촘촘한 스토리라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데 애초에 그렇게 촘촘한 이야기를 기대한 사람이 이 영화를 볼 가능성은 낮을 것 같으면서도 대중적인 이야기를 위해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영화를 본 사람들도 한결 같이 사람들 얘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 괴물들의 싸움은 훌륭했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으니까요.
먼저 영화를 본 이들의 평가처럼 고질라와 콩의 액션은 거칠고 화려합니다. 인형탈을 쓰고 토닥이던 일본식 특촬물과는 거리가 먼 현대의 CG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거든요. 최고 수준의 CG라고는 할 수 없지만, 원시적일 정도로 살와 살이 부딪히는 액션은 클로즈업을 오가며 역동적으로 펼쳐져 꽤 호쾌합니다. 바다에서 벌이는 수중전은 새롭고 마지막 결전장이 되어 무너져 내리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싸움은 처절하기까지 하고요. 인류가 쌓아놓은 첨단 문명을 손쉽게 파괴하고 무너트리는 타이탄들의 힘과 힘의 대결을 경외심을 갖게 할 정도인데 애초에 태풍 같은 자연의 거대한 힘에 빗대 고질라를 상상했다는 일본인들의 공포심이 슬쩍슬쩍 느껴질 정도의 연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인간이든 자연이든 누군가 균형을 깨려하면 나타나 파괴로 균형을 잡는 자연의 대리인 같은 고질라가 뿜어내는 분노와 인간과 교감이 가능하다보니 살짝 인간의 편에 선 것처럼 보이는 거대 영장류(?) 콩의 격돌. 상상만으론 한쪽으로 균형이 쉽게 무너질 것 같았지만, 제법 치받는 둘의 액션을 제법 흥미롭습니다.
반면 인간들이 등장하는 부분은 확실히 낮은 개연성 혹은 뻔한 이야기로 영화의 힘을 빼는 느낌인데요. 대중적인 이야기를 위한 장치겠지만, 괴물과 맞서기 위한 무기를 찾기 위한 지하 세계 모험 같은 게 좀 더 개연성을 가졌다면 흥미로울 수 있었을 텐데 뭔가 뻔한 느낌에다가 영화의 결말로 향할수록 드러나는 음모도 반전의 묘미를 주기보다는 그럴 줄 알았다 정도에 그치다 보니 몬스터버스는 역시 몬스터에게 맡겨야 하나 보다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더라고요. 엔딩 크레딧 뒤에 쿠키 영상이 없는 걸 보면 몬스터버스의 마지막 영화라는 소문처럼 차기작이 없을 가능성이 꽤 높아 보이는데... 첫 영화 고질라 이후 흥행도 아쉬운 느낌이고 올해엔 코로나19라는 복병까지 만나면서 몬스터버스가 힘없이 사그라드는 것 같아서 살짝 아쉽네요. 특촬물 마니아는 아니지만, 그래도 거대한 힘의 충돌이라는 포인트는 꽤 흥미로웠는데...@_@;;
요 녀석은 취향을 많이 타는 작품이다 보니 크게 추천을 하진 못하겠고요. 참, 그래서 누가 이기느냐면...
고질라 VS. 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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