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였던가 극장에서 애니메이션 알라딘을 봤습니다. 단체 관람 같은 걸 제외하면 극장에 자주 가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외사촌형이 오랜만에 내려와 저랑 여동생과 함께 봤던 영화였죠.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중동과 인도 사이의 어디쯤에 있을 것 같은 나라 아그라바, 그곳에 사는 좀도둑 알라딘과 자스민 공주의 사랑, 램프에 갇혀 살다가 소원을 들어주는 푸른색 피부를 가진 지니가 부리는 화려하고 경쾌한 마법까지 여러모로 환상적인 애니메이션이었는데요. 디즈니의 2D 셀화 애니메이션 황금기를 구가한 영화 중 하나였던 알라딘(Aladdin)이 수십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실사화됐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정작 극장에선 보지 못했다가 이제서야 얼마 전에 봤네요.
- 스포일의 가능성이 있는 얘기들이 나올 수 있으니 아직 알라딘을 보지 않으셨다면 주의하세요. -
만화적인 상상력에 현실적인 이미지를 더하기 위해 CG 기술과 화려한 세트를 적절히 가미해 구현한 알라딘의 세계는 실사로 바꿔도 생각보다 매력적이더군요. 애니메이션처럼 파쿠르 잘하는 알라딘과 애니메이션 이상의 미모를 자랑하는 자스민 공주. 그리고 뜻밖에 원작의 비열함을 걷어낸 잘생긴(?) 자파와 코믹한 캐릭터를 버리고 진중해진 왕까지. 아니 푸른 색으로 온통 덧칠해 원작 캐릭터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면서 실사화되면 어색할 것 같았던 원맨쇼의 제왕으로 맹활약하는 흥부자 지니까지 살려내며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풀어낸 이야기가 친숙하지만 흥미로웠고요.
영리한 디즈니는 마냥 친숙한 원작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가져가지는 않더군요. 알라딘이 어떻게 램프를 손에 넣게 되고 왕자로 모습을 바꿔 자스민 공주에게 다가가는지 등은 원작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도입부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애니메이션의 자스민 공주가 보여줬던 호기심 가득한 모습에 더해 전통의 틀에 갇혀 체념하고 살아가는 여성이 아니라 그 전통과 부딪치며 온전히 스스로 서고 싶어 하는 자주적인 여성으로 그리며 현대적인 리터칭을 보여준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더거든요.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추가되면서 그런 변화를 좀 더 극적으로 표현한 노래 Speechless도 참 좋았고요. 그만큼의 무게감은 아니지만, 알리 왕자라는 가짜 신분과 좀도둑 알라딘 본인의 진짜 모습 사이에서 고뇌하는 알라딘의 욕심, 아니 현실적인 마음에도 공감이 됐지만, 이건 애니메이션 때와 크게 다르지는...^^
애니메이션에서 실사로 잘 옮겨낸 화면의 퀄도 좋았지만, 뮤지컬 영화로 잔뼈가 굵은 디즈니의 작품답게 음악도 물론 끝내줍니다. 앨란 멘켄에 의해 탄생했던 친숙한 원작의 음악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리터칭해 들려준 건 말할 것도 없고 앞서 언급한 자스민 공주의 테마로 기대 이상의 빅히트를 거둔 Speechless까지 버릴 곡이 없었죠. 눈도 즐겁지만, 귀도 즐겁다는 얘기인데 Speechless의 성공은 자스민 공주를 연기한 나오미 스콧의 매력이 온전히 녹아든 덕분이 아닌가 싶어요. 파워레인저에선 이런 반짝이는 보석을 발견하지 못했다니...-_-^ 역시 배우는 어떤 영화를 만나느냐에 따라 빛날 수 있나 봐요. 개봉 전 공개됐던 사진 만으로 적잖은 우려도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재간둥이의 진면목을 보여준 윌 스미스도 맛깔나게 지니를 표현했고요.
진실된 마음으로 운명이라는 굴레에 맞서라는 교훈은 물론이고 재미까지 전해주는 영화 알라딘. 애니메이션 원작답게 가벼운 터치가 곳곳에서 보이긴 하지만, 이런 흠이 되기보다 재기발랄한 디즈니풍 실사 영화의 매력으로 다가오는 덕분에 국내에서 개봉한 뮤지컬 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까지 세울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은데요.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겠지만, 혹시 저처럼 때를 놓쳐서 아직 못 보셨다면 뻔한 듯 익숙한 듯 새로운 이야기. 알라딘에 지금이라도 빠져보세요.^^
알라딘
머나먼 사막 속 신비의 아그라바 왕국의 시대.좀도둑 ‘알라딘’은 마법사 ‘자파’의 의뢰로 마법 램프를 찾아 나섰다가 주인에게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를 만나게 되고, 자스민 공주의 마음을 얻으려다 생각도 못했던 모험에 휘말리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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