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바쁜 일상에서 로그아웃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면서 여행, 그것도 외국으로 떠나는 여행을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요. 문제는 그 바쁨이죠. 마음 같아선 한 달이고 두 달이고 훌쩍 장기간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현실은 일상에 회사에 가족에 묶여 그런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곤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요즘엔 단 시간에 다녀올 수 있는 짧은 여행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몇 시간 안에 원하는 나라로 날아가서 그곳의 문화와 음식에 매료당하는 것, 또 낯선 환경에서 조금은 불안정할 수 있는 휴식을 즐기려는 마음들이 트렌드를 바꿔가는 것 같은데요. 이런 변화는 TV 프로그램에서도 읽힙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꽃보다 할배나 꽃보다 청춘 등 대표 여행 예능이 추구한 여행은 아주 먼 나라로 훌쩍 떠나 나름 긴 시간 현지를 경험하는 식이었는데, 최근의 여행 예능은 2박 3일 혹은 1박 2일의 짧은 시간 안에 승부를 보는(?) 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달까요? 그런 변화를 대표하는 작품을 꼽으라면 KBS의 배틀 트립과 올리브의 원나잇 푸드트립을 꼽을 수 있을 듯한데요.
먼저 KBS2의 배틀 트립은 2주에 걸쳐 2개의 팀이 다른 나라나 다른 관광지를 다녀온 후 방청객들에게 어느 쪽이 더 나은 평가를 받는지를 겨루는 프로그램입니다. 함께 팀을 이룬 친구들이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데요. 우리나라의 강원도, 부산 같은 곳도 돌았지만, 그보다는 싱가포르, 마카오, 상하이, 홍콩, 블라디보스토크 등 우리나라에서 멀지 않은 나라에서 이국적인 풍광과 그곳의 음식,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것들을 친구와 함께 나누고 온다는 게 포인트. 물론 최저 여행 경비 싸움도 벌이고, 여행 예능답게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데도 충실한 편이지만, 멀리 오래 떠나는 여행이 아닌 현실적인 여행을 담는다는 게 흥미로웠는데요.
올리브TV의 원나잇 푸드트립은 채널 특징에 맞게 요리에 집중해 더 짧은 시간에 더 강력한 경쟁을 유도하는 여행 음식 예능입니다. 혼자 혹은 두 명 정도가 한 팀을 이뤄 한 기당 4팀이 우리나라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나라를 찾아가 짧은 시간 안에 유명한 요리를 맛보고 얼마나 많이 먹었느냐로 승부를 겨루는데요. 경쟁이니 만큼 1박 2일 사이에 10끼가 넘는 먹방에 매몰되고 다소 가혹하다 싶을 때도 있지만,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거나 우리나라에서 그곳을 찾은 이들이 맛있었다고 했던 곳의 음식들을 경험하고 소개하는 것이 핵심인 프로그램이니 넓은 여행 정보를 다루지 않는다고 뭐랄 수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요리/먹방 예능에 여행을 끼얹어 차별화에 나름 성공한 게 아닐까란 생각까지 들고요.
같은 듯 다른 지향점을 가진 여행 프로그램들이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두 프로그램 모두 기존의 여행 예능이 보여줬던 조금은 비현실적인 동경에서 뿌리를 둬 실행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그래서 로망만 남기고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작품이 아니라 꽤나 현실적인 초단기 여행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게 재밌는데요. 여름휴가를 맞아 잠시 일상에서 로그아웃을 꿈꾸고 계시다면 챙겨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막연히 떠나기 힘든 여행을 마음에 품고 힘들게 하루하루 버티는 이들에게 짧지만 강력한 한방을 제시하고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테마 하나를 잡고 초단기 외국 여행을 떠나 보면 어떨까란 상상에 날개를 달아주는 이 두 프로그램이 앞으로 얼마나 더 흥하며 사람들의 외국 여행 트렌드에 변화를 줄지 궁금해지는데 여행 정보를 넘어 여행 예능으로까지 꾸준히 여행을 화두로 꺼내는 걸 보면 잠시나마 현실의 시름을 여행으로 넘고 싶은 사람들이 많긴 한가 보네요.^^
[관련 링크 : kbs.co.kr, lifestyl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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