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가벼움을 누르는 아름다운 테마... 이선희, 여우비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는 납량특집용 캐릭터 구미호. 사극으로 찾아오는 조선의 왕들 만큼이나 자주 우리 곁은 찾는 이 요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올해는 벌써 두개째 등장했다.

드라마 속 두 구미호 이야기...

 

냡량이라는 본연의 주제에 좀 더 가까운 이야기 구성에 구미호와 그녀의 딸의 이야기라는 재해석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구미호 : 여우누이뎐'이 2010년 구미호 드라마의 시작을 열었다면 구미호와 인간 그것도 젊은 남녀의 사랑으로 각색해 공포의 무게는 훅 덜어내고 트렌디하게 포장해 젊은 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까지 어쩌다보니 온통 구미호 세상.

 

 

개인적으로는 두 드라마 모두 챙겨보고 있지 않지만 구미호 : 여우누이뎐의 경우 한은정의 다듬어진 모성애 연기나 서신애, 김유정의 신들린 아역 연기가 화두가 되는 듯하고 이제 막 2화를 방영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젊은 남녀의 알콩달콩한 사랑을 구미호와 인간으로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인기를 끌어갈 듯하다. 벌써 젊은 세대들에게는 입질이 오는듯한데...

트렌디한 사랑,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경우 첫회를 조금 챙겨보니 드라마는 예상대로 너무 가벼웠다. 특히 멧돼지에 쫓기는 설정 등에서 연출된 화면은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조악해 보일 정도로 코믹해 보였는데...

애초에 그런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니 흠이 되는 건 아닐테고 드라마를 이끄는 이승기, 신민아의 조합이나 기타 인물들의 설정이 나쁘지 않아 향후 시청율을 견인하며 절대강자가 끌어가고 있는 수목 드라마 시장에 변수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재미'는 어느 정도 보장된 느낌이랄까~

 

허나 판타지 멜로라는 장르적 특성에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활약하던 구미호를 현대로 강림시키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붕붕 떠버린 트렌디함에 무게감을 더하는 설정하나가 귀에 들어왔다. 바로 OST에서 말이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드라마 방영전부터 이승기와 신민아의 조합이 빚어낼 드라마속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정신이 나갔었나봐'라는 드라마 삽입곡을 발표하고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이승기가 부른 이 곡은 드라마의 성격과는 잘 맞아 떨어졌지만 드라마 전체를 더욱 가볍게 포장하고 있었는데 본편에서 처음 들어본 '여우비'는 기대치 않았던 곳에서 등장해 가볍게 흐르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아프게 눌러주는 누름돌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

역시 이선희, 무게감을 더하다...

 

이승기 엄마와 동갑내기라는 64년생 이선희의 시린듯한 보컬이 더해진 메인테마 '여우비'는 그녀의 나이를 의심케 할 정도로 고혹적이고 매력적이다. 국내 보컬 중에서도 손꼽히는 그녀인지라 시간을 초월하는 듯한 안정적인 음색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슬픈 노랫말을 더 빛나게 하고 있달까?

아무튼 역시 이선희라며 손가락을 곧추 세우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수준의 노래. 뭐 이런 저런 너스레를 떨었지만 정말 한번 딱 들으면 와~하게 되는 노래이니 아직 못들으셨다면 아래 플레이어에서 들어보시길.

 

 

아직은 초기인 만큼 밝게만 그려지고 있지만 인간과 구미호의 사랑이니만큼 회를 거듭할수록 이들에겐 적잖은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애초에 인간과 요괴의 사랑이 아니던가. 트렌디하게 끌어가다 경쾌한 결말을 맞을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지만 이미 구미호를 노리는 동물병원원장 등 이 둘 사이를 헤집어댈 요소들이 착착 준비되어 있는 걸 보면 사랑을 이뤄가기 위해 이승기와 신민아는 몇번이나 눈물을 뿌려댈텐데 그때마다 이선희가 부른 여우비가 애절한 카타르시스를 자아낼 듯.

참고로 여우비라는 곡명은 신민아가 눈물을 흘리면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는 설정에서 가져왔다고 하는데 가벼운 드라마를 한번 눌러주는 감정의 누름돌로서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된다.

다소 만화적인 설정으로 출발하고 있는 이 드라마가 인간과 요괴의 사랑을 슬프게 혹은 경쾌하게 끌어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텐데 과연 끝까지 지켜볼 수 있을까. 남들 다본다는 국민드라마 김탁구도 안보는걸...-_-;; 아무튼 이선희의 여우비에는 엄지손가락을 한 21개쯤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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