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틀면 어느 채널에서든 만나게 되는 리얼리티 쇼. 그만큼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몇몇 리얼리티 쇼를 제외하곤 많은 작품들이 질적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이 되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케이블 채널을 통해 만나는 작품들은 조금이라도 더 자극적인 소재만 찾다 보니 비틀어진 애정 관계 같은 보고 나서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영상이 제법 많이 나오고 있는 탓인데...-_-;;
그런 와중에 만난 언더커버 보스는 첫 느낌부터 오랜만에 의미 있는 리얼리티 쇼를 만난 듯 괜찮았다. 박명수가 내레이션을 한다고 해서 나름 기대했던 작품 언더커버 보스.
미국에서 제작된 이 리얼리티 쇼는 이름 그대로 회사를 이끌던 회장이나 CEO가 자신의 회사에 위장 취업을 해 일개 직원으로 돌아가 낮은 곳에서 회사의 모습을 다시 확인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 사이에 부딪치는 직원들과의 에피소드가 양념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속인 채 일하는 방식이다 보니 다른 직원들은 모르게 나름 몰래카메라 같은 설정을 더하고 있지만 같은 몰카라고 해도 재미와 훈훈함을 더하기 위한 장치라는 게 느껴질 정도로 언더커버 보스의 그것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일요일 밤 11시 35분이라는 늦은 시간에 방송되는 언더커버 보스. 늦은 방송 시간이 아쉽긴 하지만 첫회부터 언더커버 보스는 재미와 감동의 밸런스를 맞춘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첫 화의 주인공은 미국 굴지의 재활용 업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Waste Management)를 이끄는 래리 오도넬 회장. 그는 130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었지만 최고 자리가 늘 그렇듯 높은 곳에 앉아 아래에서 올라온 걸러진 정보만 들었던 평범한 회장님이다.
그런 그가 언더커버 보스를 통해 직접 말단 사원이 되어 회사의 이곳저곳을 경험하게 되는데... 일주일간 시간제 노동자가 되어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하고 놀이공원의 분뇨를 청소하는 등 말 그대로 고군분투하며 자신이 세운 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직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일을 하는지 직접 경험하고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
회사의 가장 밑에서 말단의 관리자들과 함께 일하며 직원들이 직면하는 열악한 근무 환경과 부조리한 회사의 정책을 몸으로 느끼는 회장님. 이렇게 역지사지의 입장에 스스로 놓이면서 느낀 회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회사 운영에 투영하는 게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크게는 회사의 큰 정책이 바뀌고 작게는 위장 취업을 끝내고 자신과 함께 일한 직원들을 불러 회장이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직원들을 독려하는 모습을 통해 회사를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게 된다는 훈훈한 결말이 뒤따르는 것.
개인적으로는 리얼리티 쇼라고 하면 은근 저급한 설정으로 눈길을 찡그렸었는데 언더커버 보스에선 이런 자극적인 설정은 들어내고도 비정함보다는 사람 냄새나는 비즈니스의 세계를 접할 수 있어 좋았다. 공중파에서 만나는 외국산 리얼리티 쇼, MBC가 이 프로그램을 선택한 이유는 그럼 것들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 언더커버 보스는 후터스, 7-일레븐, 화이트 캐슬 등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친 기업의 CEO가 자신의 회사에 위장 취업해 회사의 속사정을 다시금 느끼고 고쳐간다는 설정을 이어가게 될 텐데 다음, 또 다음 편도 열심히 챙겨봐 줘야겠다.
출발은 한 기업의 작은 변화일지도 모르지만 그 파급력은 시청자 모두에게 전해질 리얼리티 프로그램. 모두에겐 아니더라도 역지사지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언더커버 보스가 부디 그런 기분 좋은 후폭풍을 불러일으켰으면 좋겠다.
PS.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하게 회장님들을 위장 취업시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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