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렇지만 말 잘 듣는 아들이었던 난 국민학교 3학년 때 엄마 손에 이끌려 오락실과의 연을 끊은 후 게임과는 늘 거리를 두고 있었다. 지금도 완전히 오명이 벗겨진 건 아니지만 당시만 해도 오락실은 악의 구렁텅이쯤으로 인식되고 있었던 터라 그렇게 발길을 끊은 오락실에 다시 발을 들여놓은 건 그보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중학교 2학년 즈음이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학교 앞 버스 정류장. 그 몫 좋은 곳에 자리한 조그마한 오락실은 늘 중학생들로 넘쳐났고 예나 지금이나 상당한 게임 센스를 자랑하는 친구 녀석에게 이끌려 다시 -_- 악의 구렁텅이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그 사이 세상은 변해 있었고 오락실은 온통 스트리트 파이터2 세상. 이왕 발을 들여놨으면 적응이라도 빨라야 했는데 이놈의 게임 센스가 문제였다. 탁월한 반사신경에 동물적 반응까지는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지만 장풍 한방 못 쏘고 틱틱~ 손발만 뻗어대는 내게 스트리트 파이터2는 넘사벽이었고 늘 친구 녀석의 센스 넘치는 플레이를 구경하기 바빴다.
그 후 가끔 오락실을 찾았지만 연습 부족인지 타고난 센스 탓인지 근래에도 거의 '기술'이라 불리는 것들은 제대로 써보지 못하는 편. 그래서 대전 액션은 안 맞는(못하는) 게임 장르로 여전히 남아있다.
서론이 길었지만 이번에 소개하려는 게임 Fighters Club(FC)은 그 이름처럼 액션. 그것도 일대 일부터 다대 다까지 다양한 형태의 격투가 가능한 대전 액션이다. 그랜드 체이스나 엘소드 같은 게임을 개발한 KOG의 작품으로 현재 여름방학을 맞아 커튼콜 테스트라는 이름으로 밤 8시부터 10시까지 하루 두 시간씩 모든 회원들에게 테스트의 기회를 주고 있다.
대전 액션이라고는 해도 촌각을 다투며 실력을 겨루는 기본에서 멈추지 않고 온라인 게임답게 성장의 개념이 도입되어 있어 내 손이 캐릭터에 익어 기술을 익숙히 구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험치를 얻어 캐릭터를 성장시키거나 캐쉬 아이템을 이용해 나만의 캐릭터로 바꿔갈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전 액션 센스가 여전히 0인지라 조심스레 플레이하고 있는데 투닥투닥 상대를 공략해가는 재미와 함께 기술을 쓰고 싶은데 나가지 않아 헤매는 전형적인 게임치의 모습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ㅎㅎ
일단 FC의 조작은 꽤 간편한 편이다. 키보드의 방향키와 W, A, S, D 등 극히 적은 숫자의 키를 사용해 조종이 가능한데 그런 만큼 연속기등 멋진 기술을 잘 구사하려면 키의 정확한 조합이 필수다. 또 성장할 수록 쓸 수 있는 기술이 달라지는 만큼 처음부터 호쾌한 기술을 구사하는 건 무리지만 트레이닝 모드 등이 제공되니 시간을 조금만 투자하면 좀 더 제대로 된 싸움을 즐겨볼 수 있다.
현재는 하루 단 두 시간 공개. 그것도 퇴근 이후 집에 들어가서야 할 수 있다 보니 절대적인 플레이 시간이 부족했고 체계적으로 연습 모드 등을 경험하지 않고 무턱대고 시작하다 보니 어쩌다 한번 이기는 수준이지만…ㅠ_ㅠ
현실에서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누군가를 때리는 행위를 은근 즐기고 있다. 그렇다. 본인은 말 잘 듣는 아이에 나가면 꼭 누구한테 맞고 오는 아이였다.=_=;;
아무튼 FC를 주름잡는 기본 캐릭터는 총 5명. 초심자에게 좋다는 소개 글에 덥석 낚여서 플레이 중인 전형적인 주인공형 캐릭터(?) 스파이크를 필두로 한 덩치 하는 잭, 목검을 휘둘러대는 진, 불꽃 싸다구가 압권인 홍일점 레미, 여기에 인상적인 발기술을 선보이는 레인까지 어딘가 전형적이면서 익숙한 구성이다. 다만 앞서 소개했든 성장의 개념이라거나 의상이나 액세서리 등을 통해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니 플레이하다보면 좀 더 애착을 갖게 되는 캐릭터로 변모해 갈 듯 하다.
우선 게임을 시작했다면 주어지는 교관(?)의 지시에 따라 게임을 익힐 필요가 있다. 기본 조작이야 간단하지만 제대로 된 기술을 발휘해 상대를 제압하려면 역시 연습도 필요하고 게임의 느낌도 익혀야 하니 말이다. 또 가끔 미션을 주는 등 게임 전반에서 플레이어를 리드해주니 그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것.
최대 6인이 동시에 싸울 수 있는 게임이니 만큼 패싸움을 할만큼 좁지 않은 스테이지가 제공되는데 현재 횡단보도와 카페테리아, 학교 옥상 등 뭐랄까...-_- 제대로 싸움판의 느낌이 난다. 특히 단순히 몸과 기술로만 싸우는 게 아니라 주변의 집기를 들어서 상대를 때린다거나 바닥의 모래를 상대의 눈에 뿌리는 등의 전략적인 플레이도 가능해서 고수가 되려면 스테이지의 이해도도 높여야 할 듯 하다.
그럼 잠시 즐겨본 소감을 얘기하자면... 아직 많이 플레이 해본 건 아니지만 타격감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아기자기한 SD 캐릭터들의 다대 다 대전 액션 게임들이 코믹함을 강조하는 편인반면 팔등신 캐릭터들의 한층 사실적인 그래픽과 동작으로 무장한 FC는 영화에서 봤음직한 시원스런 액션을 잘 표현하고 있다.
물론 현실에 찾아보기 쉽지 않은 잘 다듬어진 몸매의 주인공들이 펼치는 액션이 실전 격투기라기 보다는 오락의 그것에 더 가깝다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_- 구질구질한 뒷골목 싸움을 바란 건 아니니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느낌.
FC도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캐릭터 구성은 한국적과는 거리가 있었다. 또 닥치고 상대를 때리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머리, 몸, 다리 이런 식으로 부위별로 공격과 방어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특정 부위를 집중 공격하면 상대를 눕혀놓고 지근지근 때려줄 수도 있는 등 퍽치고 억 하는 수준의 액션에서 멈추지 않는다.
물론 이는 대부분의 온라인 대전 액션이 취하고 있는 모습이긴 하지만 좀 더 고도화된 타격감이나 카툰 렌더링을 사용한 매끈한 캐릭터들의 리얼 액션이란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아직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기술이 나가지 않아 당황스러운 느낌이 없지 않은데 이유인즉 적은 수의 키 조합으로 다양한 액션을 펼치기엔 아직 내 손이 각 기술에 익숙해지지 않은 탓인듯 하다.
꽤 오랜만의 대전 액션 게임이었지만 가벼운 느낌으로 즐기는 것도 괜찮고 좀 더 공을 들여 제대로 투닥거려 볼 수 있는 액션 게임으로도 FC는 나쁘지 않은 느낌의 게임이다.
허나 아직 비슷한 형태의 온라인 대전 액션 게임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이 FC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갈 듯 하다. 또 강자와 약자의 실력차가 너무 드러나면 약자인 나 같은 사용자들은 이내 흥미를 잃게되는 만큼 강자들만의 게임이 아닌 약자를 배려하는 요소들도 더 많이 도입되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오늘밤 주먹질 한번 해보시는 건 어떠신지~~^^
FC는 8월 7일까지 1차로 커튼콜 테스트(밤 8시~10시 까지)를 진행하며 8월 17일부터 9월 4일까지 2차 커튼콜 테스트를 진행하며 가입만 하면 바로 즐길 수 있다.
댓글 영역
라디오키즈님의
글이 좋았다면 응원을 보내주세요!
이 글이 도움이 됐다면, 응원 댓글을 써보세요. 블로거에게 지급되는 응원금은 새로운 창작의 큰 힘이 됩니다.
응원 댓글은 만 14세 이상 카카오계정 이용자라면 누구나 편하게 작성, 결제할 수 있습니다.
글 본문, 댓글 목록 등을 통해 응원한 팬과 응원 댓글, 응원금을 강조해 보여줍니다.
응원금은 앱에서는 인앱결제, 웹에서는 카카오페이 및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