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상품이고 보니 선택의 기준이라는게 분명히 있다.
영화의 이야기나 메시지, 소재와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영화를 풀어가는 감독의 솜씨나 출연 배우의 면면 혹은 특유의 화면이나 사운드와 같은 부가적인 요소까지 정말이지 다양한 것들로 영화를 고르게 되고 그 기준에 따라 영화를 평가하게 되는데...
종종 이 감독의 영화를 볼때마다 감상의 기준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를 고민하곤 했었다.
환상적인 비주얼과 감성어린 화면을 보여주면서도 어딘가 사고는 4차원의 어디쯤에 가있는 것 같았던 그.
영화
빅 피쉬(Big Fish)도 바로 그. 팀 버튼의 작품이다.
줄곧 독특한 상상력과 특유의 화면으로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는 그.
그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이 이번에 소개할 영화 Big Fish다.
줄거리는...
늘 과거의 일을 화려하게 윤색하는 아버지와 관계가 서먹한 윌.
아버지의 병세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아버지는 여전히 윌이 듣기엔 허풍에 불과한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윌의 아버지 에드워드가 풀어내는 과거는 믿기 어려운 일들 뿐. 남보다 성장도 빨랐고 스포츠 만능에 마을의 해결사였던 그. 더 큰 세상으로 나섰던 그의 여행에 만난 사람들은 신기한 이들 뿐이다.
그런 아버지의 이야기를 어렸을 때 부터 들어왔지만 모두 가짜라고 생각했던 아들 윌은 아버지 에드워드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에드워드의 소싯적 이야기...
'내가 소싯적에 말이지...' 과거 어느 시점의 이야기를 부풀릴 때
(?) 사용하는 이 관용어구가 심할 정도로 표현된 것이 아버지 에드워드의 이야기들.
어린 시절 마녀의 눈을 통해 자신의 죽음의 모습까지 확인한 에드워드는 남다른 성장통을 겪은 후 작은 마을 에쉬튼에서 '눈에 띄는' 인물로 성장한 후 마을을 침입한 거인과 함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선다. 중간에 묘한 마을 스펙터에도 들르고 친구가 된 거인 칼과 함께 서커스단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 사이 에드워드의 눈에는 삶을 함께 하고 싶은 유일한 여성 산드라가 들어오고 적극적인 구애 끝에 이 둘은 결국 결혼에 이른다.
이후에도 그의 삶은 환상적인 일들 뿐이지만...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 그의 입을 통해 윤색된 부풀려진 과거들일 뿐이다.
현실을 바라는 윌의 이야기...
반면 어린시절부터 그런 아버지의 일화를 들어온 윌은 이제 거품을 걷어낸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천번도 넘게 들은 뻥만 가득한 이야기들.
자주 집을 비우고 일을 했던 아버지의 빈자리를 어린시절 경험했기에 그 사이 아버지가 겪었던 진솔한 이야기로 보상받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전하는 이야기는 온통 윤색된 과거 뿐이었기에 윌의 실망은 이만저만하지 않았다.
결국 윌과 에드워드의 관계는 소원해졌고 그렇게 3년이 넘게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는 형식적인 관계가 되어 버렸다.
언제든 그는 아버지와 화해하고 싶었지만 쉬울 것만 같은 그 화해는 쉽사리 이뤄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화면... 역시 팀 버튼...
빅 피쉬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분명한 팀 버튼의 감각이 살아있는 화려한 화면들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1만 송이의 수선화로 전하는 아름다운 프러포즈나 에쉬튼을 떠나면서 들렀던 스펙터 마을의 이상적인 모습 등 때로는 기괴하지만 따뜻한 느낌을 주는 영상의 곳곳에는 팀 버튼의 색깔이 묻어있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빅 피쉬는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영화로 남을 테지만 다른 포인트들은 어떻게 받아드렸을지 모르겠다.
사실 아름다운 화면이나 종종 배치한 웃음 장치들은 매력적인 편이지만 종종 관객이 혼동에 빠질만큼 환상과 현실의 장면들을 교차로 섞어 놓았기에 이해하기 어렵다거나 하는 등의 평가를 내렸을지도 모르겠다.
쉽지 않은 부자간의 화해 이야기...
빅 피쉬의 주 소재는 에드워드의 환상담
(?)이지만 그 기저에는 멀어져버린 아버지와 아들의 화해라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화해라는 것이 쉬울 땐 정말 쉽지만 또 어렵기로 하면 한없이 어려운 것인 것 같은데 더욱이 그 사이가 처음부터 가족이란 관계로 묶여 있는 경우라면 더욱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떤 일로 의견 충돌이 일어나도 그냥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애써 묻어보려 하고 왠지 겉으로 화해를 청하는 것이 어색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지 결국 작은 상처 하나를 가슴 속에 품게 되고 이후 비슷한 일이 생길때마다 이 상처는 커지고 벌어진다.
최악의 경우 아예 얼굴을 보지 않고 살게되는 경우도 있는 걸 보면 혈연이라고 해서 알아서 해결되겠거니 하는 생각은 좀 위험한게 아닐지.
더욱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아버지처럼 살아 갈래요형'과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어요형'이 있는지라 그 화해가 더 힘들거나 쉬울 때가 있다.
영화 속 에드워드와 윌 부자도 그랬다.
어찌보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 아버지의 소싯적 행적이 아들에겐 잔뜩 부풀려진 풍선 정도로 밖에 인식되지 않고 진정한 아버지의 과거를 알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만든 풍선은 그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그런 아버지와 소원해졌지만 아버지의 과거를 밟아가던 도중 결국 진실한 아버지를 발견하게 되고 아버지를 이해하면서 화해에 까지 이르게 된다.
영화는 화려한 화면과 기발한 에피소드를 뿜어내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재밌다거나 하는 영화의 느낌을 떠올린 게 아니라... 그저 나와 내 아버지의 관계와 교감 같은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PS. 영화 중간에 우리나라 기밀 문서(?)가 등장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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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키즈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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