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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터널, 터널만큼 답답한 현실의 어둠 속에 갇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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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터널, 터널만큼 답답한 현실의 어둠 속에 갇히다...

라디오키즈 2016.08.31 06:00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
세 배우의 호연이 돋보이는 영화 터널(Tunnel)은 붕괴된 터널에 갇힌 한 남자와 그를 둘러싼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재난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 역시 단순한 재난 영화에서 멈추지 않더군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를 다룬 것에서부터 영화는 촘촘한 사회 비판적인 시선을 드러내고 뒤틀린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거든요.


- 이 뒤에는 스포일의 가능성이 있는 얘기들이 나오니 아직 터널을 보지 않으셨다면 참고하세요. -


터널에 갇힌 남자, 그리고 변덕 부리는 세상...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 터널...



딸의 생일날 큰 계약을 앞두고 기분 좋게 집으로 향하던 기아자동차 영업사원 정수(하정우).
신도시로 향하는 길목에 새로 들어선 터널에 들어선 순간 갑자기 터널이 무너져 내려 홀로 터널에 갇히고 맙니다. 전파도 잘 잡히지 않는 그곳에서 119에 연락하고 시작된 기다림. 생수 두 병과 생일 케이크 하나로 악몽 같은 고립 생활을 이겨내야 그의 이야기가 참으로 답답하게 시작됩니다.



터널 붕괴 사고가 발생하자 어김없이 대책반이 꾸려지고 상황 파악을 위해 애쓰는 구조대장 대경(오달수)이 등장합니다. 한계 상황에 내몰린 정수를 위해 함께 고뇌하고 생존 팁을 전하는 대경. 그리고 남편의 사고 소식을 듣고 황망하게 사고 현장을 찾아온 아내 세현(배두나). 그리고 대중의 관심과 알 권리를 말하며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기자들이 터널 밖을 둘러싸면서 안과 밖은 묘하게 더 괴리되기 시작합니다. 생환의 날을 기다리며 긍정의 힘으로 어둠을 밝히는 정수와 부실공사로 무너져 내린 터널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커져가는 절망의 대비가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하고요.



일주일이 보름이 되고, 이십일을 넘어가면서 스마트폰 배터리마저 다 되고, 결국 터널 안팎을 연결하던 유일한 소통 수단이 끊기면서 절망은 더 커져갑니다. 정수는 갖고 있는 모든 걸 잃었고, 밖에서도 수많은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와 터널에 갇힌 한 명보다 더 크다는 경제적 가치를 말하는 이들, 지쳤다며 포기하자는 여론이 비등해지며 세현이 가지고 있던 마지막 희망의 끈 역시 끊겨 버립니다. 이미 스포일이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끝까지 다 말해버릴 수는 없으니 이쯤에서 멈추는 걸로.



영화는 흡족하다 싶을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배우들의 호연은 기본이고. 영화의 배경이 되는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붕괴된 터널 속은 조명부터 소리, 시멘트 덩어리들이 주는 무게감까지 극장을 찾은 이들을 터널 안으로 온전히 옮겨놓는데요. 비슷한 재난을 배경으로 했지만 , 스케일을 잔뜩 키우느라 해운대 같이 설정 티를 팍팍 내던 것과 다르게 나름 열심히 깎고 뚫었지만, 지킬 걸 지키지 않아 생긴 결과로 만든 인재로 대표되는 터널 속 사고는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참사를 겪은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정말 현실적인 공포를 선사합니다.



특히 아직 끝나지 않은 세월호 참사를 터널로 옮겨놓은 것만 같은데요.

세월호 참사가 있기 전에 기획된 영화라는 걸 믿기 힘들 정도로 소름 돋을 정도로 현실적인 대비들. 처음엔 안에 갇힌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다가 이내 원인을 만든 이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어느새 관심을 끊어버리는 사람들. 거기에 피해자에게 그 정도면 되지 않았냐며 잊으라고 차가운 시선까지 던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어쩜 그리 작금의 우리나라인지.



그나마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모두가 포기를 말할 때 터널 안에 갇힌 건 도롱뇽이 아닌 사람이라며 주변의 시선과 상관없이 정수의 생환 만을 꿈꾸는 대경의 모습에서 희망을 품게 하지만, 문제는 영화가 아닌 현실 속에서 그런 이들을 만나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인내심을 소진해 포기하라는 날 선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늘어만 가는 것 같다는 건데요. 나에게 닥칠지 모를 막연한 인재의 공포를 찝찝하게 품고 극장을 나서는 게 아쉽기만 했습니다. 영화는 나름 해피(?) 엔딩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달라지지 않고 있고 불안은 슬금슬금 커가고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건 나부터 부정에 눈감지 않는 게 아닐지. "대한민국의 안전이 또 한 번 무너졌습니다."라는 소리가 안 나오게 하려면 나,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싼 부정의 프레임을 허무는 노력이 필요한 요즘이 아닌가 싶습니다.


[관련 링크 : Movi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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