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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영국 사랑이야기... 신분의 벽에 막힌 메이드와 도련님의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 아쉬웠던 건... 본문

N* Culture/Ani/Comics

엠마: 영국 사랑이야기... 신분의 벽에 막힌 메이드와 도련님의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 아쉬웠던 건...

라디오키즈 2016.07.05 06:00

엠마라고 하면 영국 배우 엠마 왓슨을 떠올리는 분도 있을 거고, 제인 오스틴의 소설 엠마를 떠올리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도 아니라면 저처럼(?) 일본 애니메이션 엠마: 영국 사랑이야기를 떠올리는 분도 계실 거고요. 2005년과 2007년에 1기, 2기를 선보이며 총 24편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 엠마: 영국 사랑이야기(英國戀物語エマ, Victorian Romance Emma)는 신분의 벽이 존재했던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부잣집 도련님 윌리엄과 메이드 엠마의 이룰 수 없었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빅토리아 시대 영국 사회를 비춰 신분의 벽을 뛰어넘는 사랑을 보여준 이 작품의 매력은...



제가 이 작품에 관심을 가진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음악 때문이었습니다.
제일 한국인 2세이자, 의사로 출발해 피아노 연주자와 뉴에이지 작곡가로 활동하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양방언.

원래 그의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서양 음악의 틀 안에 동양의 정서를 풀어낸 매력적인 뉴에이지 음악을 들려주는 그가 이 엠마의 OST를 책임지고 있는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답게 클래식하면서도 따뜻한 감성의 비주얼에 걸맞은 매력적인 음악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거든요. 때론 목가적으로 때론 격정적으로 흐르는 곡들은 하프시코드와 리코더, 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로 변주되며 경험하지도 못한 그 시절의 정서를 현대로 옮겨주는데요. 이 작품을 보시면 적재적소에서 등장하는 그의 음악들에 저처럼 분명 매료되실 겁니다.



작품 자체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면...
산업 혁명과 함께 성장한 부르주아 존스 가문의 장남 윌리엄이 어렸을 적 자신의 가정교사였던 케리 부인의 집에서 우연히 만난 메이드 엠마에게 사랑에 빠지면서 이 험난한 로맨스가 시작됩니다. 우연히 케리 부인에게 거둬져 성실함은 물론 교양과 품위까지 겸비한 메이드로 살고 있는 엠마에게 호감을 가진 윌리엄. 하지만 메이드와 그런 메이드를 수십 명이나 거느린 부호의 아들과의 사랑이 그렇게 쉽게 이어질 리가 없었죠. 여전히 신분이 나뉘어 있어 상류와 하류의 삶이 차별받고 구분되는 게 당연하게 느껴지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더욱이 윌리엄의 아버지는 단순히 돈만 많은 신흥 부호가 아니라 작위를 가진 귀족과 윌리엄을 결혼시켜 좀 더 높은 신분으로 상류층에 좀 더 깊숙이 진입하려는 야심이 있었던 인물이었으니 메이드와 교제하겠다는 아들의 황당한 이야기를 침착하게 들어줄 수 없었겠죠.



신분의 벽을 깔고 집안의 반대까지 더해지면서 젊은 연인의 사랑에 위기가 찾아옵니다.
결국 런던을 떠나게 된 엠마와 그런 엠마를 그리워하면서도 집안을 위해 마음을 다잡는 윌리엄.

그들의 사랑은 해피엔딩으로 향할 수 있을까요?



이렇듯 이야기 자체는 꽤 익숙한 소재를 버무리며 이어집니다.
신분의 차이로 힘들어하는 사랑, 그 사랑의 완성을 방해하는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조롱, 그런 상황에 좌절하고 힘들어하는 연인, 그 연인을 자극하는 또 다른 인물들과 조력자의 등장까지 어찌 보면 진부할 수도 있는 소재들이지만, 1기와 2기로 이어지는 24편 안에서 풀어내는 이야기에서 읽히는 정서는 진부함보다는 익숙한 이야기들에 각 캐릭터의 감정을 잘 버무려 제법 담백하게 주제 의식을 풀어내 이야기를 완성하고 있다는 느낌이죠. 계급 사회를 이겨낸 사랑의 이야기를...



하지만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아쉬움이 남는데요.
둘의 사랑이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며 해피엔딩을 그릴거 라는 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 사랑의 끝이 결국 엠마가 메이드를 벗어나 존스가의 안주인이 되어 행복하게 사는 것에서 멈춘다는 지점에서 아쉬움이 시작되는데요. 여러 역경을 이겨내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결혼까지 골인한 그녀는 이제 귀족까지는 아니지만, 부로 무장한 신흥 귀족 부르주아 가문의 안주인으로서 메이드를 부리는 상황이 됩니다. 메이드였던 이가 다른 메이드를 아무렇지도 않게 거느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랄까요? 배경이 빅토리아 시대이니 평등을 이야기하기보다 단 한 번 신분의 벽을 깬 사랑 이야기 정도로 그친걸 수도 있지만,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둘의 안타까운 사랑을 가로막은 신분의 벽이 이야기가 끝나고도 여전히 굳건할 뿐 아니라, 어느새 그런 불합리한 룰에 익숙해져 버리는 주인공들의 모습이라니. 어쩌면 이 런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이기에 엠마: 영국 사랑이야기가 가벼운 애니메이션이 아닌 조금은 곱씹어볼 작품이 된 것 같지만... 역시 둘의 사랑의 결과를 마냥 행복하게 바라보기엔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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